2022/05 17

녹명(鹿鳴)

*녹명(鹿鳴) 녹명이란 ‘사슴 록(鹿)’에 ‘울 명(鳴)’ 즉,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아닌가?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유일하게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울음소리를 당신은 들어 본적 있는가?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녹명’은 시경(詩經)에도 등장한다.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다. ‘녹명’에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ㆍㆍㆍㆍㆍㆍ 어찌하면 '사람이 꽃보다..

사색과 방황 2022.05.04

엄마와 앵두

☆엄마와 앵두. 나는 가난한 시골동네에서 자랐다. 봄이 되면 우리 마을은 춘궁기로 곤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얘기였고.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 그 좁쌀도 떨어져 갈 때쯤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호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의 앵두는 빠알갛게 익어갔다. 우리 집엔 초가 뒷마당에 커다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게다. 그 해에는 가지가 끊어질 만큼 많은 앵두가 열렸는데. 어느 날 아침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주면서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으라는 것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겠거니 하고. 점심 때 도시락을 열었는데 도시락이 온통 빨간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새 좁쌀도 떨어져 새벽같이..

사색과 방황 2022.05.02

전 경북대 총장/박찬석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 /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버지 마음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

사색과 방황 2022.05.02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

활동과 취미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