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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앵두

☆엄마와 앵두. 나는 가난한 시골동네에서 자랐다. 봄이 되면 우리 마을은 춘궁기로 곤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얘기였고.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 그 좁쌀도 떨어져 갈 때쯤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호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의 앵두는 빠알갛게 익어갔다. 우리 집엔 초가 뒷마당에 커다란 앵두나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게다. 그 해에는 가지가 끊어질 만큼 많은 앵두가 열렸는데. 어느 날 아침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주면서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으라는 것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겠거니 하고. 점심 때 도시락을 열었는데 도시락이 온통 빨간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새 좁쌀도 떨어져 새벽같이..

사색과 방황 2022.05.02

전 경북대 총장/박찬석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 /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버지 마음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 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 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 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

사색과 방황 2022.05.02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

활동과 취미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