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상

퀘백 삼나무

여풍2 2023. 3. 15. 11:42

▶캐나다 퀘백시에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계곡이 있다. 이 계곡에는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는데, 바로 서쪽 비탈에는 소나무나 측백나무, 당광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데 비해 동쪽 비탈에는 온통 히말라야삼나무 일색이라는 점이다. 계곡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런 기이한 절경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한 부부가 그 비밀을 밝혀냈다. 그해 겨울, 파경 직전이던 부부는 서로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기 위해 마지막 이별 여행을 떠났다. 마침 그들이 도착했을 때 계곡에는 엄청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가만히 지켜보던 부부는 바람의 방향 때문에 동쪽 비탈에는 서쪽 비탈보다 더 많은 눈이 촘촘하게 쌓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탓에 동편의 히말라야삼나무 가지 위에는 눈이 금세 소복하게 쌓였다. 하지만 아무리 눈이 쌓여도 가지가 부러지는 일은 없었다. 어느 정도 쌓이면 탄성 있는 가지가 아래로 축 휘어지면서 눈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눈이 쌓이고, 가지가 아래로 축 휘어지고, 눈이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된 덕에 삼나무는 어느 한 군데 부러진 곳 없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나무들, 예를 들어 소나무 같은 경우는 이러한 '재주'가 없어서 눈이 두껍게
쌓이면 가지가 견디지 못하고 툭 부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아마 옛날에는 동쪽 비탈에도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었을 거야. 다만, 그 나무들은 가지를 구부릴 줄 모른 탓에 폭설이 내릴 때마다 전부 부러지고 무너져서 결국 사라진 게 아닐까?"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뭔가를 깨달은 듯 마주 보았다. 그리고 벅찬 감동을 느끼며 서로를 꼭 끌어 안았다.

외부에서 압박이 오면 견딜 수 있는 만큼은 견뎌 보아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구부러지는 쪽을 택해야 한다.

히말라야삼나무처럼 한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스트레스에 짓눌리거나 부러지지 않을 수 있다. 살다 보면 수많은 스트레스와 필연적으로 직면한다. 이때, 히말라야삼나무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깨 위에 쌓인 부담을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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