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행

옛날다방, 그리고 커피맛

여풍2 2020. 5. 18. 21:27

★ 옛날다방, 그리고 커피맛


나이가 거나한 6,70대 사람치고 옛날 다방에 잊지못할 추억 한자리 없는 사람 있을까?
당시의 다방에는 낭만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사연도 있었고, 만남과 이별도 있었고,

구슬픈 노래가락도 있었다.

그 당시 다방(茶房)은 ‘한국적 명물’로 어른들의 사랑방, 대학생의 만남방, 직장인의 휴식공간,

데이트와 맞선 공간, 상거래 공간, 음악감상 공간 등 ‘거리의 휴게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45년 해방 무렵 서울에 60개 정도의 다방이 있었고 1950년대 말엔 1200개로

늘었다고 하는데, 1990년대 들어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원두커피전문점이 부흥하기 이전인

30년간 다방은 그 전성기를 구가했다.

제2도시인 부산의 광복동과 남포동에도 우후죽순처럼 다방이 마구 생겨나고 있었고

'르네상스'나 '에츄드'같은 본격적 음악실이 생겨나기 전까지 음악실의 역할까지 하면서

'향촌다방', '심지다방'' 등 그 당시 이름 날리던 다방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평생의 반려자를  '심지다방'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나로서는 다방에 대한 추억과 회포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 나같은 사람이 그 때는 많았던 걸로 알고있다. 

그 당시의 다방은, 카운터에 중년여성인 ‘마담’이 앉아있고, ‘레지’(영어로 lady)라고 불리는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커피를 날라주는 동안에 구슬픈 뽕짝가락이 손님들의 가슴을 저윽히

적셔주는 그런 형태였다.

그 당시 사람치고 마담이나 레지와의 사연 하나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무른 목적도 없이 그냥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낼려고 다방에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방에 들어서면 낮익은 마담과 레지가 경쟁하듯 환하게 맞아줬고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옆자리에 살폿이 앉으면서 속보이는 친절을 떨었다.

손님들은 오랫만에 만난 친정오빠보다 더 정겹게 팔짱을 끼며 애교까지 부리는 그 분위기를

우쭐하며 즐겼다.

"커피 한잔 가져와"
하는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자 마자 "저도 한잔하면 안될까요?"가 곧바로 이어졌고

그 상황에서 "NO!"는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이야 맹숭커피 한잔에도 밥값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만

그 당시 커피 한잔은 실없는 농담+ 가벼운 신체접촉 권한(?)까지 였으니 참으로 옹골진

값어치였던 셈이다.

분위기가 넘어왔다 싶으면 마담이나 레지의 "우리 쌍화차 한잔 더하면 안될까요?"라는

비싼 차 주문이 발사되고 여기에도 "NO!"는 겨의 없었다.

그 시절 그렇게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가는 것이 멋이었고 낭만이기도 했지만

마담이나 레지에게는 매출을 올려 주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인사고과같은 것이기도 했다.

그런 손님과 레지의 의기투합(?)은 나중에 티켓다방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인기 레지는 거의 연예인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

어느 다방에 멋진 레지가 새로 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 다방에는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는데, 레지가 인기를 누렸던 현상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특이한 풍경이기도 했다.

6,70년대의 다방에서는 커피라고는 한 종류만 있었기에

손님들은 그냥 ‘커피’를 주문하면 되었다.
하기야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우리와 비슷해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그냥 조(Joe)라고 불렀으며,

한 잔의 커피란 뜻의 ‘한 컵의 조’(a cup of Joe)라는 숙어도 있었다고 한다.

다방이 아닌 요즘의 커피전문점 ‘카페’에서

커피 메뉴판을 보면 하나같이 그 이름이 어렵다.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이름도 영문으로 되어 있어 헷갈리는 수도 있다.
커피 이름을 쉽게 한글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커피를 종류별로 한글로 표기된 일회용 종이컵이 있기는 하다.

즉, 에스프레소(Espresso)는 ‘진한커피’,로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연한커피’,로 카페라떼(Caffe Latte)는 ‘우유커피’,로

카푸치노(Cappuccino)는 ‘거품커피’ 등으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과점의 파티시에(patissier) 수준을 알고 싶으면

빵의 기본인 단팥빵과 크림빵을 맛보면 되듯이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면 그 카페 바리스타(barista)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커피’란

잘 익은 커피열매를 건식법(dry method)이나 습식법(wet method)으로 가공하여

파치먼트(parchment) 상태의 씨앗(seed)을 만든 뒤 탈곡(milling)하여 만들어진

생두(coffee green bean)를 볶은 원두(coffee roasted bean)를 그라인더로 갈아

물로 추출해 만든 음료이다. 커피는 커피콩과 물의 온도, 추출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이다.

‘커피콩’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Ethiopia)의 고원지대이며,

세계적으로 커피가 생산되고 있는 지역은 남위(南緯) 25도부터 북위(北緯) 25도 사이로

이 지역을 ‘커피 존’ 또는 ‘커피벨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고지대일수록 고급품종의 커피가 생산된다.

이에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는 인스턴트커피나 공업용 원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

800m 이상의 지역에서는 원두커피용으로 사용되는 양질의 ‘아라비카’ 품종이 생산된다.

키가 3~4m인 커피나무 한 그루는 1년간 6000송이 이상의 새하얀 꽃을 피워낸다.
흰 꽃잎이 5장인 커피꽃은 개화기(開花期)에는 커피 밭에 함박눈이 내린 듯 장관을 이룬다.

커피꽃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Always be with you)라는

꽃말(language of flower)을 갖고 있다.

한 잔의 커피에는 반드시 꽃향기가 있으므로 꽃향기가 풍성한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들 한다.

요즘은 커피의 맛들도 많이 다양해졌지만 커피 애호가들이 많아지면서

커피에 대한 상식도 많이 풍부해졌다.

그러나 요즘의 다양해진 커피맛과 향이

옛날 다방의 낭만서린 커피맛보다 더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커피를 한잔하고 마담과 레지의 환송받으며 다방문 나설 때의 우쭐해지던,

커피맛 외의 또 다른 그 맛을 요즘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영화도 흘러간 영화가 정겹고 그립듯

커피도 옛날 다방의 커피맛이 한결 감미롭고 그리운 것 아닐까?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