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Die Zauberflöte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Tamino : Paul Groves
Pamina : Genia Kühmeier
Queen of Night : Diana Damrau
Papageno : Christin Gerhaher
Papagena : Irena Bespalovaite
Sarastro : René Pape
Wiener Staatsopernchor
Wiener Philharmoniker
Conductor: Riccardo Muti
Salzburg Festival 2006
Großes Festspielhaus, Salzburg
2006.08.06
Riccardo Muti/Salzburg Festival 2006 - Mozart, Die Zauberflöte (The Magic Flute)
오페라의 고향인 유럽의 음악학자들이 꼽는 모차르트의 3대 걸작 오페라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로, 모두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화려하고 세련된 희극 오페라들입니다. 그에 비해 <마술피리>는 당시 외국어(이탈리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소박한 징슈필(Singspiel,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 있는 독일어 노래극)이었습니다. <마술피리>가 초연된 빈의 극장 역시 ‘소시지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장터에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사야 하는’ 서민적인 곳이었답니다. 그런데도 왜 이 오페라는 공연 때마다 거의 티켓이 매진될 만큼 늘 인기가 좋을까요?
모차르트 시대의 뮤지컬 ‘마술피리’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마술피리>의 극의 구조가 옛날이야기나 오늘날 TV 드라마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죠. 아름답고 품위 있고 진지한 주인공 커플(파미나/타미노)의 러브스토리 곁에서 볼품없고 우스꽝스러운 조연 커플(파파게노/파파게나)이 방자와 향단이처럼 개그를 펼치는 것이 기본적인 틀입니다. 거기에 여주인공의 괴팍하고 파워풀한 어머니(밤의 여왕)가 등장해 남자 주인공의 후견인이나 다름없는 성주(城主) 자라스트로와 대결을 벌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술피리>의 음악이 모든 장르를 다 섞어 놓은 종합선물이라는 점입니다.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세 편이 일관성 있는 이탈리아 오페라 형식을 택한 것과는 달리 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1791년 9월 30일, 빈 프라이하우스 극장 초연)에는 소박한 가곡, 익살스러운 민요, 진지한 종교음악, 화려한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이 고루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오페라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도 편안하고 다채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지요. ▲오페라 <마술피리>의 우스꽝스러운 조연 캐릭터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사실 모차르트 당대에는 오페라라기보다는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었답니다. 특히 초연 당시는 풀리지 않는 고대의 수수께끼나 주술과 마법이 크게 유행하던 시대여서, 뛰어난 흥행 감각을 지닌 대본작가 에마누엘 쉬카네더는 환상적인 요소로 가득 찬 핀란드 동화집 속의 고대 이집트 이야기를 토대로 해서 <마술피리> 대본을 썼답니다.
그 무렵 모차르트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후원하던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세상을 떠났고, 새로 즉위한 황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또 ‘3대 걸작 오페라’의 대본을 전담했던 유명작가 로렌초 다 폰테까지 여자 문제로 오스트리아에서 도망쳐, 더 이상 흥행이 보장되는 대본을 써줄 작가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기 때문에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했지요.
그때 친구 쉬카네더가 모차르트에게 서민극장용 징슈필 작곡을 부탁했고, 모차르트의 간절한 소망대로 <마술피리>는 초연 극장에서 100회가 넘게 공연되면서 그의 오페라들 중 가장 훌륭한 흥행 성적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두 달도 채 안 되어 모차르트는 병석에 누웠고, 그해 12월 5일에는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병상에 누운 채 모차르트는 저녁마다 시계를 쳐다보면서, “아, 지금은 파파게노가 등장할 시간이야.”, “이제 주인공 두 사람은 물과 불의 시련을 다 통과했겠군.” 하고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작품을 깊이 사랑했던 것이겠지요.
왕자의 미션과 프리메이슨의 이상
<마술피리>의 줄거리는 상당히 길고 복잡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타미노 왕자는 마술피리를 받아 들고 여왕의 딸인 파미나 공주를 구하려 갑니다. 갈 때는 공주를 가둔 남자가 악당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여왕이 악당이고 공주를 데리고 있는 남자는 의로운 철학자입니다. 왕자는 그 철학자 세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 함께 간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침묵 수행을 하고 나중에는 공주와 함께 물과 불의 시험을 통과합니다. 짝이 없어 슬퍼하던 파파게노도 자기에게 꼭 어울리는 파파게나를 만나 행복해지고 밤의 여왕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남녀가 갖가지 시험과 고초를 통과해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고대 시련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모차르트는 이 스토리 속에 당시 자신이 가입하고 있던 ‘프리메이슨’(Freemason)의 이상을 엮어 넣었습니다. 프리메이슨은 중세 석공들의 동업조합에서 비롯된 근세 유럽의 남성 엘리트 비밀결사를 뜻하는데, 당시 모차르트가 살던 빈의 학자, 예술가, 계몽귀족들은 자유ㆍ평등ㆍ박애의 인본주의 사상과 관용의 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 프리메이슨에 참여해 그들끼리 은밀한 모임을 가졌답니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현명한 지도자 자라스트로의 성은 바로 이 프리메이슨의 세계를 구현한 곳으로, 지혜와 이성과 자연이 삼위일체를 이뤄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절도 있는 삶의 길을 가르쳐주는 세계입니다. 오페라에서 자라스트로와 합창단이 부르는 엄숙한 노래 ‘오, 이시스와 오시리스여!’는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이집트의 신과 여신에게 바치는 노래이며, 실제로 프리메이슨 단원들은 고대 이집트의 종교의식 및 상징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지요.
디아나 담라우가 밤의 여왕 역을 맡아 열연하는 모습
음악이 인간을 조화로운 세계로 이끈다
고결한 마음과 인내심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주인공 타미노와 파미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복과 자식 얻는 기쁨을 노래하는 희극적인 주인공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이 두 커플의 대비는 이 오페라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타미노 왕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물과 불의 시련을 통과할 때 파미나는 마술피리의 유래를 이야기하며 그 피리소리로 왕자를 이끌어줍니다. 그 피리는 마법사였던 파미나의 아버지가 천년 묵은 떡갈나무를 베어 만든 주술적인 악기로, ‘음악이 인간을 조화로운 세계로 이끈다’는 철학의 상징입니다.
이성의 세계(자라스트로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데 마술피리가 도움을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성이 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의 세계(밤의 여왕의 세계, 마법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음악의 궁극적인 이상’임을 모차르트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술피리> 대본에는 여성을 비하하고 인종을 차별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종종 비난을 받습니다. 이 책임은 당시 시민계층 관객의 입맛을 맞추려 한 대본작가 쉬카네더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실제로 당시 작품 제작에 관련된 기록을 보면, 쉬카네더가 대본에 넣어 놓은 저급한 유머들을 모차르트가 화를 내며 상당 부분 빼버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술피리>의 대본을 쓴 작가 쉬카네더
이 작품이 초연된 1790년대 독일 라인란트 지역 공화주의자들은 프랑스 대혁명(1789)과 이 오페라를 연관시키는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밤의 여왕은 전제군주 루이 16세를 상징하며, 타미노 왕자는 민중을, 파미나 공주는 자유를 상징한다는 해석이었지요. 그러니까 이 오페라의 핵심 사상은 새로운 입법을 통해 민중을 전제정치에서 해방시킨다는 것으로, 이런 작품 해석은 모차르트와 대본작가 쉬카네더를 ‘자유의 투사’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러나 군주제를 옹호하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 작품을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밤의 여왕은 자코뱅파 급진주의를 상징하고, 그 딸인 파미나는 공화국의 상징이었습니다. 전제군주 정치의 상징인 타미노 왕자가 공주를 구출하는 것은 공화국을 살려내 제정 시대로 되돌린다는 의미였지요. 그러나 모차르트와 쉬카네더는 이런 상반된 해석 중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려 하지 않았습니다.
Diana Damrau - 'The Queen of the Night Aria' (‘밤의 여왕의 아리아’)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밤의 여왕이 난도 높은 트레몰로로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을 불타게 한다”라며 노래하는 유명한 아리아입니다. 밤의 여왕은 딸 파미나에게 단도를 주며 어머니를 정녕 사랑한다면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명령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녀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합니다. 밤의 여왕 역 디아나 담라우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 정상 가수입니다. ‘콜로라투라’란 ‘채색한’, ‘색을 입힌(컬러드)’이라는 뜻입니다. 복잡한 장식음을 정확한 기교로 소화해내는 화려한 음색의 소프라노를 말하죠. 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다시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와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나뉩니다. 조수미가 리릭 콜로라투라이며, 디아나 담라우는 드라마틱 콜로라투라입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파미나 공주-타미노 왕자-파파게노-밤의 여왕-자라스트로 순)
1. 군둘라 야노비츠/니콜라이 게다/발터 베리/루치아 포프/고틀로프 프리크 등. 오토 클렘페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63년 녹음. EMI (음반)
2. 이블린 리어/프리츠 분덜리히/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로버타 피터스/프란츠 크라스 등. 카를 뵘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RIAS 체임버 합창단, 1964년 녹음. DG (음반)
3. 게니아 퀴마이어/폴 그로브스/크리스티안 게르하헤어/디아나 담라우/르네 파페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합창단, 피에르 아우디 연출,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 실황. Decca (DVD 한글 자막))
4. 율리아 클라이터/크리스토프 슈트렐/루벤 드롤/엘레나 모슈크/마티 살미넨 등.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마틴 쿠셰이 연출, 2007년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공연 실황. DG (DVD)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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