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방황

세월이 가면 . .

여풍2 2015. 9. 7. 09:25

세월이 가면

                                                   시 박인환 노래 박인희

 

지금 그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희 - 세월이 가면

 

 

 

박인환「세월이가면」­(노래가된 시)

 

아픈 이별이 추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세월이 필요하다.

이별 바로 뒤에는 미련이지만그 미련 뒤에는 환멸이다.

그러나 다시 세월이 흘러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버릴 때」

그 사람의 초롱한 눈매와 뜨거운 입술의 감촉은 다시 아련한 그리움으로 살아나

때때로 가슴을 적신다.

 

모더니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후 폐허의 공간을

술과 낭만으로 누비던 박인환(1926∼1956)의 「세월이 가면」은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연인을 잃고, 혹은 살아 있는 사람과 이별했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 화제작이었다.

을지로 입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명동성당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간 명동길을 걷다보면

세월의 이끼가 낡고 앙상하게 묻어나는 3층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의 2층에는 놀랍게도 딜레탕트 박인환의 흔적을 기억이라도 하듯

「세월이 가면」이라는 간판을 내건 카페가 들어서 있다.

바로 이곳이 전후 명동에서 문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 「명동싸롱」이었다.

 

박인환은 이곳에서 문우들과 어울리다가 계단을 내려와

죽음이 휩쓸고 간 세월의 쓸쓸함을 술로 달래기 위해

맞은편 대폿집(은성: 당시 새로 생긴 술집이었다.)으로 향했다.

동석했던 가수이자 배우인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하자 끝내 빼는 바람에

역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박인환의 친구 이진섭이 제안을 했다.

인환이 니가 시를 쓰면 내가 곡을 붙이겠다고,

그리고 시가 나오자 이진섭은 즉석에서 샹송풍의 곡을 붙여 흥얼겨렸다.

 

이렇게 「세월이 가면」은 명동의 허름한 대폿집에서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지만 미처 명확한 단어로 규명하지 못한

「그 눈동자와 입술」을 발굴해냈다..

                                                                          [옮긴글]

 

박인환 세월이가면, 노래가 된 시 명동백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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