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행

전라도 보성 봄나들이..

여풍2 2020. 3. 23. 12:51

전라도 보성 봄나들이..

 

차라리 유식하게 춘투한(春妬寒) 꽃샘추위라도 한바탕 지나갔으면 좋으련만. 코로나가 뭔지.

살포시 내리는 봄비를 맞은 것이 가물가물한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남도 여행을 떠났다.

부산하기만 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거리기에 좋은 곳, 전라남도 보성 강골마을이다.

단아하면서도 한적한 농촌에는 자연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량미를 많이 얻었다는 '득량(得糧)' 강골마을은 보성 득량면에 있다.

맑은 날에는 들녘 너머 득량만의 푸른 파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전에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마을에는 1891년에 지어졌다는 옛집이 즐비했다.

솟을대문이 붙은 행랑채에다 사랑채 중문채, 곳간 안채, 사당을 갖춘 전형적인 양반집이다.

기와지붕이 많은 전통마을이다.

사랑마당과 안마당도 넓었다. 사랑마당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곳간이 사랑채보다도 넓었다.

보통은 장독대나 문간에도 기와를 올리지만. 곳간에 기와를 올린 게 특이했다

선 광경이다.

안과 밖에서 사용하는 우물이다. 담장 아래에 우물을 두어.

물 부족으로 고생하는 마을 주민을 위해 공동으로 사용토록 한 것이다.

우물가에서 나누는 아낙네들의 수다뿐 아니라 여론을 들어, 해결책을 찾는 소통창구였다고 한다.

우물의 이름은 '소리샘'

안채는 전망이 탁 트였다

뒤뜰과 뒷마당을 따로 둔 것은. 부엌일하는 하녀들을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세심한 배려이리라.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귓전을 간질거린다.

소슬 부는 바람에 잎을 흔들어 화답하는 대나무의 속삭임도 상쾌했다

 

담장은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했다.

고샅을 따라 줄지은 흙돌담에는 마른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정겨웠다.

행인이 가시에 찔릴까봐 탱자나무는 안쪽에 심었다는 집주인의 마음씨가 울타리에서도 묻어났다.

고가의 댓돌 앞까지 자주색 갓이 무성했다.

줄기에 난 가시가 듬성듬성한데. 혹한을 이기려고 무장한 것이라니 가상하다

대나무, 홍 가시나무 생 울타리를 보니 추억이 새로웠다.

 

연못 주위에는 시야를 가릴 담벼락이 없었다. 풍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것이다.

득량 바다와 오봉산까지 다 담으려는 의도이리라. 이게 바로 차경(借景)이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봄꽃이 피어나고 연파랑으로 살며시 얼굴을 내민 까치꽃이 화사하다.

동박새는 겨울철에도 귀한 동백꽃의 꿀을 먹을 수 있어 동백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동박새가 없으면 동백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동백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엄동설한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청렴''절조'를 나타낸다.

울창한 대숲이 둘러싸인 정자 뒤편에 동백나무 고목 대여섯 그루가 붉은 꽃을 피웠다.

떨어진 꽃으로 연못은 온통 붉게 물들고.

아직은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인데 연못에는 물수세미가 가득 올라온다.

봄날이 멀지 않았다는 화신(花信)이다. 목련과 석류나무도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도의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성큼 우리 곁에 와있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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