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1만명의 식당 사장님
"속 빈 대책 치우고 최저임금을 손대라"
이선애 입력 2018.08.29.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개최…소상공인·자영업자 3만명 집결
정부의 지원 대책, 최저임금 제도개선이 본질…업종별·규모별 차등화
자영업자 빈곤문제 정부 대책 수립·외식비용 근로소득공제 신설 요구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속 빈 강정에 불과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입니다. 최저임금 과속을 막고,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만이 해법입니다."
분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또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다. 지난 20일에 이어 29일인 이날 오후에도 광화문 광장은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절규로 가득 찰 전망이다. 외식업중앙회가 주관하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외식업중앙회 임직원 및 회원 1만여 명과 소상공인 협·단체 회원 2만여명, 총 3만여 명이 참석한다. 앞서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에 직할 지회를 필두로 외식 자영업자 150여명이 참석한 것에 비해 대규모 집회가 이뤄지는 것.
외식업중앙회 측은 "미용실·PC방·주유소 등 전국 소상공인 3만여명이 국민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외식업중앙회 1만명, 대한미용사회 4000여명, 편의점가맹점협회 1000여 명 등 80여 업종별 단체 참가자에 더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이들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29일을 행사 일자로 정한 이유는 2년간 29%에 이르는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서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규모별·업종별 차등화 실현에 대해 강력한 요구'를 하며 '최저임금 2년간 29% 인상'을 규탄하겠다는 것.
집회에 참석할 예정인 A 씨(한식당 운영)는 "1년 가장 큰 경영비용 변화가 인건비에서 발생했는데, 내년에도 오르는 최저임금은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한다"며 "근로기준법에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별도 기준이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 기준을 최저임금법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으로 생색내지 말고, 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현실화와 규모별 구분적용 법제화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난 일자리안정자금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30인 미만 사업장)에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15만원으로 늘리고 300인 이상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직원 4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 직원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거부하니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산업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외식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2017년 기준)은 49.8%에 그쳤다. 외식업 근로자 2명 중 1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 업계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책이 '그림의 떡'으로 불리는 요인이다. 외식업계가 일자리안정자금 규모 확대보다 지급 대상 확대 및 기준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수한 외식산업의 고용구조에 맞는 기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C 씨는 "외식업 특성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보수 총액 기준 월 190만원 이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상을 늘리면서 중견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구직수당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폐업을 검토중인 D(일식당 운영) 씨는 "망하지 않게 도와줘야지, 망하고 난 후에 지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사후약방문 대책으로는 자영업자를 살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0만8076명에 달한다. 그중 95% 이상은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올해는 폐업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을과 을의 전쟁, 분열만 일으킨다는 비난도 거세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E 씨는 "영세 자영업자도 아르바이트생도 모두 사회 약자 '을'인데, 정부에게 우리가 아르바이트생을 착취하는 자본가 정도로 여겨진다"며 "아르바이트를 해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제발 '을과 을의 전쟁'을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제갈창균 중앙회장은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 시키고 있다"며 "이번 광화문 집회는 우리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 사회 모순을 뛰어넘는 도약과 비약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외식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 시 자영업자 의견 반영 ▲자영업자 빈곤문제 정부 대책 수립 ▲재벌 개혁 ▲신용카드수수료 1%대 인하 ▲외식비용 근로소득공제 신설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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