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날이 가장 좋을까?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 아닐까? 오늘 하늘을 쳐다보니 눈이 부시도록 너무나 푸르렀다. 내일은 저 푸른 하늘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의 마음속에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오늘 같이 너무나 맑고 푸르른 날 그 사람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함께 하지 못함은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더욱 그 사람이 그리워질 뿐이다.
시간은 흘러 푸르른 날도 다 지나가고, 이제 그리운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그리워하는 시간도 많이 남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실컷 그리워하는 것마저 잃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나는 이 자리에서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언젠가 이생을 마치면 아름다운 그리움도 끝이 나리라. 그러니 오늘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에 그를 더 많이 그리워하자. 그리움은 나의 존재의 지나온 흔적이며 남기고 갈 발자취일지도 모른다. 그 흔적과 발자취에는 그와 함께 했었다. 모든 존재는 그렇게 그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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