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상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여풍2 2022. 7. 16. 08:48

< 이 글은 세계일보에 게재된 조연경 드라마 작가의 글 입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다.

이토록 인간의 외로움을 잘 표현한 문학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에서

우리는 슬픔보다 안도감을 느낀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니까. 외로움이 공평하다는 건 위로가 된다.

‘할머니가 되면 난 보라색 옷을 입을 거야 /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모자와 함께. /
연금으로는 브랜디와 여름 장갑과 고급 샌들을 사고, / 그리곤 버터 살 돈이 없다고 말할 거야. / 피곤하면 길바닥에 주저앉고 / 상점 시식 음식을 맘껏 먹고, 화재경보기도 눌러 보고 / 지팡이로 공공 철책을 긁고 다니며 / 젊은 날 맨 정신으로 못하던 짓을 보충할 거야. /빗속을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며 / 남의 집 정원에서 꽃도 꺾고 / 침 뱉는 법도 배울 거야.’

영국의 시인 제니 조지프의 ‘경고(Warning)’란 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질서와 원칙을 지키며 모범적으로 살려고 애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자유스러운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한번쯤 회사로 가는 출근길 발걸음을 돌려 바다로 가고 싶다.
한번쯤 저녁 찬거리 대신 화사한 안개꽃 다발을 장바구니에 담고싶다
한번쯤 가격표를 먼저 살피지 않고 옷을 사고 싶다.
수많은 한번쯤이 있지만 그 한번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답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나이 들어 물가에 앉아서 혼자 울지 않아도 되고 동네 사람들에게 “놀라지 마세요”를 외치며

빵 살 돈으로 굽 높은 샌들을 사며 그동안 억눌린 심정을 토로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혼자 잘 노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흔히 노후를 잘 보내려면 돈, 친구, 건강이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혼자 잘 놀 줄 알면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대책은 없다. 혼자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쉬운 것부터 하면 된다.
동네 산책, 조조 영화 보기, 대형책방 둘러보기 이런 것들은 혼자가 더 자연스럽다.

점점 익숙해지면 범위를 넓히면 된다. 둘레길 걷기, 기차 여행하기, 식당 혼자 들어가기 등등.
영화 한 편을 보려 해도 꼭 동행이 있어야 하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혼자라서 식당 들어가기가 주저된다면
삶의 다양한 즐거움을 놓치게 되고 더욱 외로워진다. 어쩌면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 자신을 가장 좋은 친구로 만들어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줄 알면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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