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69년)
내일을 향해 쏴라
원제 :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로이 힐 촬영 : 콘래드 L 홀 각본 : 윌리암 골드맨
주제곡 : B. J. 토마스 출연 : 폴 뉴만, 로버트 레드포드, 캐서린 로스
스트로더 마틴, 제프 코리, 헨리 존스, 테드 캐시디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
(촬영, 각본, 주제가, 음악)
'내일을 향해 쏴라'는 1969년에 조지 로이 힐이 만든 영화이며 매우 유명한 미국 고전영화이자 서부영화입니다. 흔히 미국 서부영화의 걸작목록을 꼽을 때 주로 '역마차'부터 '서부개척사' 사이에 만들어진 아메리칸 정통 웨스턴들이 목록에 오르는데 60년대 후반의 아웃사이더같은 서부극으로 목록에 오르는 작품이 이 '내일을 향해 쏴라' 입니다. 그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유명 서부극들은 이탈리아의 마카로니 웨스턴들인데 그 시기에 미국에서 만든 서부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걸작 서부극 목록에 오른 것입니다. 10대 서부극으로도 꼽힐 정도로 호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서부극이지만 아메리칸 뉴 시네마 계열의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고, '졸업' '이지 라이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함께 대흥행을 기록한 뉴 시네마 입니다. 당시 '와일드 번치' '작은 거인' '솔저 블루' '헌팅 파티' 등 이른바 '수정주의 서부극'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아메리칸 웨스턴에서의 낭만주의와는 거리가 먼, 폭력적이고 추악한 서부의 면모와 인디언을 피해자로 묘사하는 내용 등 변화된 서부극의 시선들이 등장했는데 이런 변화는 마카로니 웨스턴과 결을 같이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도 은행털이 2인조가 주인공이니 만큼 선역이 아닌 악당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이니 만큼 게리 쿠퍼, 존 웨인 같은 배우가 등장하던 기존 서부극과는 결이 매우 달랐죠.
폴 뉴만 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내세웠지만 공동 주연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당시 톱스타에 오르기 전이었습니다. 원래 스티브 맥퀸이 강력하게 고려되어 스타배우 투톱의 영화가 될 뻔했고 제목도 '선댄스 키드와 부치 캐시디'로 정해졌다가 스티브 맥퀸이 사정으로 출연이 불발되고 유명세가 덜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캐스팅되자 톱스타인 폴 뉴만을 고려해서 그가 연기한 부치 캐시디를 앞세워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할때 붙은 제목으로 원제와는 전혀 다른 임의 작명 제목에 속하지요. 하지만 이 제목이 워낙 강렬하여 '깊은밤 깊은곳에' '파리는 안개에 젖어' 등과 함께 가장 근사하게 작명한 제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실존인물입니다. 영화에서는 폴 뉴만과 로버트 레드포드 라는 근사한 두 남자가 연기를 하여 멋진 두 주인공의 모습이었지만 역사적 사실로 보면 그냥 은행털이이자 열차강도인, 평생 도둑질로 먹고살다 응징을 당한 범죄자입니다. 아무튼 이 두 도적이 주인공입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퀸스는 흑백화면으로 처리됩니다. 부치와 선댄스가 포커게임을 끝내고 선댄스의 멋드러진 총솜씨가 보여진 후 둘이 다시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칼라로 전환됩니다. 영화에서 부치는 붙임성이 있고 꾀가 많은 인물로, 선댄스 키드는 총솜씨가 매우 좋은 인물로 묘사됩니다. 선댄스에게는 에타(캐서린 로스)라는 미모의 교사 애인이 있습니다. 에타는 부치와도 매우 친한데 부치와 에타가 마치 연인처럼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주제곡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는 B. J. 토마스의 노래로 무척 유명한 영화음악이고 우리나라에서 번안가요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은행강도에서 열차강도로 전환하여 이른바 '벽속의 구멍 갱단'과 함께 은행털이를 하는 장면, 그러다가 은행주에게 고용된 전문 추격자인 조 러포즈 라는 인물에게 집요하게 추격당하여 곤욕을 치루는 내용, 에타와 함께 동부에 잠깐 머물다 아르헨티나를 거쳐 볼리비아로 가서 다시 은행털이를 하는 내용, 도망자 생활에 지친 에타가 돌아가고 둘은 계속 강도짓을 하다가 결국 볼리비아 경찰들에 의해서 최후를 맞는 내용까지 전개됩니다.
기존 서부극들과 꽤 다른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특징이 매우 많은 작품입니다. 우선 강도짓하는 범죄자의 이야기인데 영화가 거의 어둡지 않고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코미디도 아니지만 목숨을 건 강도짓이 마치 오락게임하는 개구쟁이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발랄합니다. 특히 볼리비아에 가서 스페인어를 몰라서 종이에 적어서 '손들어, 벽에 기대, 움직이지마, 돈을 담아' 같은 대사를 간신히 읽는 폴 뉴만의 모습이 진지하고 살벌해야 할 은행강도짓을 코믹하게 만듭니다. 서부영화들이 주로 19세기 중후반이 배경인데 비해서 이 작품은 20세기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굉장히 현대적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말타는 것을 대체할 미래'로 소개된 자전거가 등장하고 경쾌한 주제곡과 함께 자전거타는 명장면이 펼쳐지는 내용은 마치 강도짓을 소재로 한 서부극이 아닌 유쾌한 뮤지컬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수정주의 서북극이 매우 비정하고 폭력적인데 비해서 이 영화는 의외로 살상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부치와 선댄스가 살인을 하는 장면은 영화내내 나오지 않다가 이들이 처음 사람을 쏘아 죽이는 장면은 거의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자신의 고용주를 살해한 볼리비아 산적과 2 : 6의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인데 도적이 도적을 응징하는 묘한 장면이지요. 그만큼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서부극이면서 대놓고 코미디도 아닌 꽤 독특한 작품이지요. 일종의 뉴웨이브 서부극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그런 독특함 때문인지 당시 새롭게 등장한 여러 신선한 영화들, '졸업' '이지 라이더''등과 함께 흥행과 평단의 호평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입니다. 무려 아카데미 7개부문에 올랐고 음악상, 주제가상, 촬영상, 각본상등 4개부문이나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와 '대통령의 음모(76)'로 두 번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윌리암 골드맨은 재치있는 대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언어의 절제가 이루어지는 알찬 각본으로 영화를 구성하였고, 촬영을 담당한 콘래드 L 홀은 평생 무려 10번의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올랐고 3번이나 수상을 한 명 카메라맨으로 '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의 촬영을 담당한 인물입니다. 부치와 선댄스가 쫓기는 과정에서 보여준 끈질기고 집요한 추격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두 도망자의 두려운 분위기를 잘 묘사했고, 엔딩부에서 수많은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긴장감있는 분위기를 잘 묘사했습니다. 명장면으로 남은 폴 뉴만의 자전거 장면도 일품이었고, 엔딩장면을 총소리와 함께 멈춤화면으로 처리한 부분은 아주 인상적인 여운이 남는 '명 라스트씬' 입니다. 엔딩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지지요. 이 엔딩 장면이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대표사진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폴 뉴만과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 이후 4년뒤 같은 감독이 연출한 '스팅'으로 다시 한번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우며 명콤비를 과시합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폴 뉴만에게는 제 2의 전성기를 이어가게 만들며 '스팅' '타워링'으로 이어지는 흥행작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고, 로버트 레드포드에게는 이 영화로 이름을 부쩍 알리며 스타배우로 등극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11살이나 차이가 나는 두 배우였지만 거의 동년배 절친처럼 등장하는데(살제 부치와 선댄스는 나이가 비슷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잘생긴 미남의 젊은 외모를 콧수염으로 가리며 좀 더 거칠고 나이 들어보이는 분위기로 바꾸어 역할을 잘 소화했습니다. 감독, 배우, 촬영, 각본 등 스탭진 모두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는 역할을 했던 작품입니다.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을 비롯하여 평론가 레너드 말틴은 이 영화에 별 네개 만점을 주었고, 10대 서부극 선정, 미국영화 역대 100편의 영화선정 등 다수기관에서 선정한 걸작 목록에 단골로 오르는 작품이고, 마로니에북스의 '죽기전에 꼭 봐야 할 1001편의 영화'에도 당연히 포함되었습니다. 박진감은 덜하지만 유쾌함과 부드러움이 넘치고, 진지함은 덜하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 분위기가 흐르고, 긴장감은 덜하지만 위기속에서도 여유로운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어릴때 처음 접했을 때 수십구의 총구가 겨누는 상황에서 두 주인공이 '호주로 가자' 하면서 뛰어나가고 멈추는 엔딩 장면은 굉장히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TV와 케이블방송 등에서 여러번 방영하였고, 출시도 된, 한국에서 가장 쉽게 구해볼 수 있는 고전영화중 한 편입니다.
ps1 : 선댄스 키드의 애인 에타로 등장했던 캐서린 로스 주연의 속편이 1976년에 만들어졌는데 제목은 'Wanted: The Sundance Woman' 입니다. 극장용 영화는 아니고 TV영화였는데 역시 TV영화로 만들어졌던 '하이눈 속편'과 함께 걸작레벨에 오른 전편과 달리 혹평을 받은 '무의미한 속편'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TV방영될때 '속 내일을 향해 쏴라'라고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1979년에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의 더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ps2 : 로버트 레드포드는 여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오랜기간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인데 이 영화가 특히 각별했는지 그가 창시한 영화제의 이름을 '선댄스 영화제'로 붙였습니다. 이 '선댄스 영화제'는 가장 유명한 '독립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젊고 유망한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역할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ps3 :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는 실존인물인데 그들이 실제로 1908년 볼리비아에서 죽은게 아니라는 루머가 많이 돌기도 했습니다. 시신을 바로 묻어버려서 실제 그들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둘이 볼리비아에 갔다가 경찰에게 쫓겨 죽었다는 사실이 더 근거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치와 선댄스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닌 별명입니다.
ps4 : 스티브 맥퀸 외에 말론 브란도나 잭 레몬, 워렌 비티 등이 선댄스 역할로 거론된 배우들입니다. 워렌 비티의 경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너무 내용이 비슷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부치 캐시디 역에는 더스틴 호프만도 고려되었다고 하네요. 만약 말론 브란도나 스티브 맥퀸이 캐스팅되었다면 폴 뉴만과 신경전이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ps5 : 에타 역에는 나탈리 우드와 재클린 비셋도 검토되었다고 합니다. 나탈리 우드가 출연했다면 아마도 에타의 비중이 쓸데없이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되네요. 아무튼 캐서린 로스는 '졸업'과 '내일을 향해 쏴라' 등 아메리칸 뉴시네마 대히트작에 두 편이나 출연했음에도 톱스타토 뜨지 못한 여배우입니다. 물론 두 영화에서 모두 조연비중이었다는 것도 이유는 될 것입니다.
ps6 : 유명한 B. J. 토마스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와 함께 폴 뉴만과 캐서린 로스가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장면입니다. 폴 뉴만이 울타리에 부딫치며 나가 떨어지는 장면은 대역입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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