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방황

부지깽이

여풍2 2021. 4. 12. 10:22

 부지깽이가 그리움을 부르네 

지금은 땔감을 쓰지 않으니 부지깽이가 사라진 시대이다.
수 천년을 우리의 어머니들은 부엌 (경상도에서는 정지)에서 땔감을 뒤적일 때는 부지깽이가 필요했다.
공간을 만들어 산소가 공급되면 불이 확 붙는다. 불쏘시개는 바싹마른 솔잎(갈비)이 으뜸이었다.

초목근피를 했으며 민둥산이어서 솔잎도 무척 귀한 시대였다.

부지깽이는 끝이 까맣게 타 있어서 바닥에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여름 한철 저녁 한 끼는 주로 국수로 때우기 십상이었다.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모깃불을 피운다.
국시를 버지기에 담아서 한 그릇을 비우고 더 먹는다.

애호박을 넣고 끓인 안동건진국수는 지금은 브랜드화 되어 전국적인 유명음식이 되었다.

형수님께 국수꼬리를 얻어 먹기 위하여 나는 부엌에 불도 봐 드리고 애호박도 따다 드렸다.

국수꼬리를 달궈진 불위에 굽기 위해서는 부지깽이를 써야한다.

그러면 중간이 붕떠서 씹어 먹으면 참으로 맛이 있었던 간식이었다.

내가 4살 때 시집오신 큰 형수님께서는 여든 중반이 되셨다.

시골에 귀향하여 형님 내외분이 사시는데 어제는 형수님과 한참 동안 통화를 하였다.

4살 때니 나의 아랫도리를 다 보았다고 결혼후 아내에게 얘기하시어 한바탕 웃기도 했다.

나는 여름밤의 모깃불은 모기가 연기를 피하여 도망을 가는 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

멍석에서 떨어진 곳에 모깃불을 피워 놓으면 모기가 연기를 좋아하여 그 쪽으로 간다는 사실을 몇 년전에

알았다.

재미작가 김은국(작고)의 ''빼앗긴 이름(Lost--names)''에 한 여름밤 멍석에서 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소가 파리를 쫒기 위하여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움직이면 워낭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도 있다.

노벨상 후보에도 올랐었는데 그만 일찍 작고하고 말았다.

쇠꼬챙이로 된 부지깽이도 자꾸만 들쑤시면 닳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부지껭이를 쓸 일도 국수꼬리를 구워먹을 일도 없다.

아련한 추억속에 남아서 향수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부지깽이 쓰던 시대가 더 없이 그립다.

저녁 연기가 온동리에 퍼지며 마을에 한마리의 개가 짖으면

덩달아 온동리 개가 다 짖는다. 컹컹거리며 울린다. 그 소리가 좋다.

개구리가 합창을 하면 박자가 어찌 그리도 잘 맞는지

지휘자 없어도 개구리는 하모니를 잘 이루어 내는 음악의 귀재였다.

참으로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아련히 떠 오른다. 그 느낌만으로도 꿈속같이 달콤하다.

[ 자유기고가 / 海垣(해원), 이경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