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의 추억
젊은 층에게 다방은 집 구해주는 앱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지난 반세기의 시간 속에서
다방은 만남과 이별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서투른 사랑 고백과 은밀한 유혹이 켜켜이 쌓였다.
“그 다방에 들어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웠다/
약속시간 흘러갔어도/ 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싸늘하게 식은 찻잔에/ 슬픔처럼 어리는 고독.”
이제는 나훈아조차 잘 부르지 않는 ‘찻집의 고독’에서 노래 속의 주인공은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잔뜩 들떴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치닫는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1968년 신중현이 만들고 펄시스터즈가 부른 노래다.
휴대폰은 물론 집전화조차 흔치 않던 시절에 만나기로 한 다방에서 오지 않는 이성을
하염없이 기다린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방을 소재로 한 노래의 백미인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다방은
도대체 어느 시절의 다방일까?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https://youtu.be/RM2D63-EaiM
기록에 의하면 일본의 도리스위스키를 카피하여 생산하던 부산 양조장이
상표권 도용으로 문제가 생기자 도라지위스키로 상표를 바꿔 판매했다.
2021-03-23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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