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활영․김은홍 지음, 변형국판, 반양장, 190면
필리핀 선교사역 40년의 생생한 기록
선교사의 현장기록 통해 경험 전수 기회
한국교회사를 연구하다 보면 한국 주재 선교사들의 자료들이 귀한 몫을 한다.
선교사들의 보고서, 편지, 일기 등이 일차 자료로서 진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자료들이 정리되어 출판되고 있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여기에 비하면 해외선교 1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가 선교역사에 대한 정리가 미흡한 상태이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선교사들의 수기 등이 간행되어 선교사(宣敎史) 연구의 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김활영․장양백 선교사의 선교사역 40년 회고와 증언에 『그의 나라, 그의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다(김활영, 김은홍 지음).
김활영 선교사 부부(이 서평에서는 김활영만 대표로 표기한다)의 40년 사역은 개인의 체험적 증언을 한국장로교회 특히 합동교단의 선교사역과 필리핀 장로교회 형성을 압축하는 기간이다.
그가 정년퇴임할 때 파송 교회인 대구 동신교회는 그 부부를 '원로 선교사'로 추대하였다. 이것은 한국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의 삶과 증언을 받아들고 꿈 많던 헌신자가 '회고하는 노병'이 된 모습을 생각하며 감개무량하였다.
본서는 모두 4부로 되었다. 제1부는 '예비하심'으로 김은홍이 집필하였다. 그의 가계를 소개한다. 증조부와 조부가 장로였으니 김활영과 아들 손자까지 계산하면 '6대 신앙가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 아니라 '계대신앙'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제1부에서는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까지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의 신앙교육, 신학 훈련, 선교의 소명, 엑스폴로74, 동신교회, 선교의 동반자 장양백 등등의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엑스폴로74에 참가하여 소록도에 집회를 가 큰 은혜를 받은 것과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소록도로 간 일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소록도는 슬픔의 섬인 동시에 '소망의 동산'이다.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온 선교사 지망생의 열정이 전해진다. 서평자는 소록도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그들의 역사를 연구하는 처지에서 '김활영의 신혼여행'이 하나의 수채화같이 보인다.
제2부는 '사역 40년'으로 김활영이 집필하였다. 제2부는 필리핀 사역의 기록이다. 필리핀에 도착하여 언어 장벽의 고통을 겪으며 사역하는 기록들은 우리에게 흑백영화를 보는 듯하다.
첫 선교지 라왁에 도착하여 독립성서학원에서 30여 명의 학생 앞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 선교사는 얼마나 긴장하고 땀을 흘렸을까?
선교사에게 언어란 무기인 동시에 짐이다. 현지어를 어떻게 빨리 배우느냐라는 것은 선교 성패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한 길로 갔다. 미국 유학과 국내 사역의 기간도 있지만 그는 필리핀에 그의 모든 것을 쏟았다. 시니어 선교사로 후배들을 돌아보아야 했고 선교사들 사이의 화목도 도모해야 했다.
그의 사역 가운데 뛰어난 것은 필리핀 장로교회의 조직과 필리핀 장로회신학교의 설립이다. 한국 장로교의 여러 교단 선교사들이 파송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들과 협력하여 하나의 장로교회를 세운 것은 크나큰 공헌이다.
한국에 온 미국 북장로교, 남장로교, 카나다장로교, 호주장로교 선교부가 연합하여 하나의 '조선예수교장로회'를 조직한 선례를 필리핀에서 재현한 것은 귀한 일이다.
김활영 선교사의 필리핀 40년은 '주바라기 사역'이었다. 어린 교회를 키우고 신학생을 양성하며 선교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은 그의 꿈이었고 포부였다.
제3부는 '필리핀 선교, 어제와 오늘'로 김활영이 집필하였다. 필리핀 선교에 대한 짧은 논설로서 '내일을 위한 경종'이란 제목이 보여주듯이 필리핀 선교에 대한 그의 충언이요 고언이다.
제4부는 '동역자의 증언'으로 김활영과 직접 간접으로 연결된 여덟 명이 집필하였다. 그러니 '내가 본 김활영 선교사'이다. 그들은 김활영을 멘토, 선구자, 동역자 등으로 불렀다. 이것은 그를 향한 친지와 후학들의 외침이다.
에필로그 '김활영과 장양백, 두 선교사의 본향은 그의 나라와'라는 표현이 그의 모든 것을 압축한다.
이 책을 받아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책 스타일이 일반적 개념의 책이 아니라 회지와 회보 같은 독특성을 보인 점이다. 둘째, 각종 사진과 자료들을 화보로 실어 시각적 효과를 도모하였다. 셋째,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로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첫째, 간결한 문장이 좋기는 하나 좀 더 깊은 표현들을 했으면 선교의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원로 선교사로서 한국 교회의 선교의 문제점들을 보다 소상히 지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셋째, 제4부의 증언의 폭을 넓혀 선교사만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들까지였으면 어떨까?
김활영의 고백 '오늘까지의 나그네 길 40년, 이나마 주님의 은혜로 걸어왔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가 우리에게 메아리가 된다.
서평 : 김남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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