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상

The Lunch Date

여풍2 2020. 3. 14. 05:57




?단편영화 'The Lunch Date(1991)'?
    감독 Adam Davidson 출연 Scotty Bloch.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점심시간에 벌어진 짤막한 스토리이다.

한 부유해 보이는 노부인이 쇼핑을 마치고 뉴욕 센트럴 터미널에 기차를 타러간다.
그러다 기차를 놓치고 역내 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가서 샐러드를 시킨다.
그녀가 음식을 먹기 위해 포크와 스푼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어느 허름한 옷차림새의
흑인 남자가 자신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허름한 차림의 남자의 해코지가 무서워 음식을 빼앗지 못하고 앞에 앉아 눈치를 본다.

그러다 그녀는 제 몫을 조금이라도 챙겨보겠다고, 
남자의 눈치를 보면서 야금야금 조금씩 샐러드를 같이는다.
남자는 처음에는 불쾌한 듯 보였으나 점차 그러려니 음식을 나눠먹고,
나중에는 두잔의 커피를 가져와 부인과 함께 마신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뒤 불쾌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레스토랑을 먼저 떠난다.
그러나 곧 두고나온 자신의 쇼핑물건을 찾으러 다시 가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흑인남자가 식사를 마치고 떠난 자리 뒷편에서 그녀는 손도 안댄 자신의 음식과 물건들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본다.

마지막, 부인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그 짧은 의외의 순간에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가 이 영화를 수년이 지난 후에조차 머릿속에 남도록 
한 것이 아닐까? 물론 똑같이 생긴 테이블과 의자가 줄지어 있는 식당에서 생길수 있는 흔한 오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백인여성과 흑인남성이라는 인종적인 오해라는 부분이
더 강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부인이 기차를 놓치게 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흑인 걸인과의 해프닝은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알고보면, 이 이야기는 어느 잘 차려입은 미친 여자가 음식을 야금야금 훔쳐먹는데도
관대하게 음식을 나눠주고 커피까지 산 흑인남성의 박애정신에 대한 이야기다.
이 흑인은 참으로 넉넉한 마음을 지닌 여유로운 사람이다.

오늘 이 시대는 여유와 넉넉함을 잃어버린 시대이다.
조급하고 나만알고 관대하기는커녕 마음이 너무 가난하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기가 자리를 잘못 잡고 잘못한 것은 생각지 않고 남을 탓한다.
사회지도층 특히 요즘 집권층이 남 탓 투성이다.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한 어이
없는 잘못들이 과연 얼마나 많이 나도 모르게 지나갔을까? 그 "내가 옳다"라고 하는 착각이
주변사람들을 얼마나 당황케 했고 나의 품격을 스스로 낮췄는지 부끄럽게 뒤돌아 본다.

자신이 가진것이 별로 없고 허름해도 진정으로 나누는 부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이 영화제목이 'The Stolen Lunch'가 아니라 'The Lunch Date'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91년에 나온 이 단편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이 단편영화처럼 우리의 모순된 모습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짧지만 강한 여운을 주는 영화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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