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수"(Goodbye Again, 1961)
감독 : 아나톨레 리트바크
출연 :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땅, 안소니퍼킨스, 제시 로이스 랜디스
영화 "이수"(Goodbye Again, 196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국내에서 '이수"(離愁)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적이 있는 영화 "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 1961)에서 25세의 청년 시몬이
39세의 중년 여성 폴라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대사다,
'슬픔이여 안녕'으로 일약 유명해진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명배우 잉그리드 버그만(폴라 역)과
안소니 퍼킨스(시몬 역)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불꽃 튀는 연기대결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들을 맺어준 브람스 음악이 주체가 된 영화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합니다.
실내장식가인 폴라(잉그리드 버그만)는 트럭매매를 하는 부유한 신사 로제(이브 몽땅)와 5년째 애인사이지만 둘은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바람둥이인 로제를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폴라는 어느날 의뢰인의 아파트에 갔다가 그 집 아들인 한량같은 젊은 청년 시몬을 만나게 됩니다.
시몬은 첫눈에 폴라에게 호감을 느끼며 접근합니다.
시몬은 첫눈에 폴라에게 호감을 느끼며 접근합니다.
15년의 나이차이때문에 폴라는 시몬을 경계하지만 시몬은 나이차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로 접근합니다.
다만 폴라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로제가 둘 사이의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폴라가 시몬과 만남을 가지는 동안, 로제는 젊은 아가씨와 밀애를 즐기는데 그런 와중에 로제와 폴라는 서로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아 가는데....
주된 내용은 잉그리드 버그만과 안소니 퍼킨스의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지만,
중년의 남녀가 잠시 외도를 하는 가운데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임을 느껴가는 성숙한 로맨스의 이야기도 중요한 흐름입니다.
이미 두 번의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던 잉그리드 버그만의 성숙된 연기와 품위있는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사이코에서 열연했던 안소니 퍼킨스는
그 차기작으로 출연한 영화입니다.
영화 '이수'에서 프랑스 청년으로 등장한 안소니 퍼킨스는 공교롭게도 그 다음 작품인 '페드라'에서도
연상녀를사랑하는 유럽청년으로 등장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약간 느끼한 분위기의 바람둥이 이미지의 이브 몽땅은 여기서도 애인인 폴라와 사귀면서 젊은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끼있는 중년으로 등장하여
일종의 특이한 삼각관계를 멋지게 표현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소 평범한 로맨스영화지만 연상녀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청년을 연기한 안소니 퍼킨스는 쟁쟁한 두 선배배우와의 공연이었음에도 당당히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립니다.
'파리'라는 로맨틱한 도시를 풍경으로 세 명의 추억의 배우에 의해서 펼쳐지는 부드럽게 전개되는 영화로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브람스의 음악을
들을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브람스 공연 포스터 앞에 서 있는 14살 연상의 폴라에게 매혹된 시몬은 브람스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며 그녀에게 접근하고,
폴라를 음악회에 데려간 시몬은 그녀와 함께 브람스 교향곡 제1번 4악장을 듣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벅찬 환희의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폴라는 시몬이 아닌 로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지만 시몬의 시선은 오로지 폴라에게로 향합니다.
폴라의 반응이 미지근할수록 시몬의 집착은 더욱 강해지고 그럴수록 폴라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어차피 맺어질 수 없을 것이란 암시 하에 출발한 위태로운 사랑의 줄타기가 펼쳐지는 동안 그들의 복잡한 감정은
고독하면서도 열정적인 브람스의 음악으로 표현됩니다.
작곡가 브람스 역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브람스가 일생동안 흠모했던 클라라 슈만 역시 영화 속의 폴라처럼 14년 연상이었고,스승이나 다름없는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위대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을 마음속에간직하며 살아왔던 브람스의 음악엔 이루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암시하듯 어딘지 모를 고독감을 담고 있어
영화 "이수" 와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영화 "이수" (Goodbye Again)에서 폴라와 시몬이 감상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브람스가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에 감명을 받아 구상한 이후
무려 21년간 노력 긑에 완성한 야심작으로, 브람스 특유의 우수어린 선율과 쓸쓸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운명의 발자국소리와 같은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벅찬 환희로 가득찬 4악장 종결부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구성미가 돋보여 베토벤 이후
쇠퇴해 간 독일 관현악의 자존심을 세운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곡입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의 작곡에 심혈을 기울인 21년간의 긴 세월동안 브람스를 괴롭힌 것은 베토벤이 남기고간 아홉 곡의 교향곡 이었습니다.
브람스는 친구에게 보내 편지에 베토벤을 "거인" 이라 칭하며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쫒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그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교향곡을 쓰려는 야망을 품었던 22세의 청년 브람스가 거인 베토벤을 의식하며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을 때그는 이미 43세가 되어 있었고,
오랜 산고 끝에 완성해낸 브람스의 첫 번째 교향곡 속에는 오랜 투쟁의 세월 동안 그의 뒤를 따르던 베토벤의 발자국 소리가 마치
베토벤 '운명' 교향곡의 집요한 리듬처럼 끈질기게 울려 퍼집니다.
1악장의 서주를 여는 불길한 팀파니의 박동은 브람스의 강박관념을 나타내듯 끊임없이 반복되고,
반음씩 상승하는 현과 반음씩 하강하는 관의 선율이 교차하며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한 인간의 갈등을 암시하는 듯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빠른 템포로 바뀌면서 팀파니의 동기는 베토벤의 운명의 동기를 닮은 네 개의 음으로 탈바꿈 합니다.
그러나, 1악장에서 제시된 불운한 운명은 4악장에 이르러 마침내 환희로 승화됩니다.
고통스러운 운명이 호른과 트롬본의 신성한 멜로디로 정화되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벅찬 선율이 울려 퍼지면서 승리로 이끌어 갑니다.
고통을 극복하고 승리에 이르는 이러한 구성은 베토벤 교향곡의 구조와 매우 비슷한면이 많다고,
베를린 필하모니 지휘자였던 한스폰 뵐로우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을 베토벤 제10번 이란 애칭으로 칭햇던 것이다.
그러나 브람스 교향곡이 간직한 내면적 아름다움은 베토벤의 외향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4악장에서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호른의 테마는 서서히 해가 떠오르듯이 등장하며 조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화해의 기쁨을 표현해 낸다.
베토벤이 그의 '운명' 교향곡 4악장에서 화려하고 자극적인 트럼펫의 팡파레로 운명의 가혹함을 당당히 물리치고 환희와 승리를 힘차게 선언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희의 순간을 담은 현악의 주제 역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영웅적인 제스쳐에 비하며 헐씬 더 서정적이고 명상적인 면을 볼 수 있다.
환희와 기쁨마저 내면으로 거두어 들여 은근하게 표현해 내는 브람스의 음악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한 여인에 대한 남모를 사랑을 간직해온 그의
내면적 열정을 반영하는 듯하다.
실제로 브람스는 이 교향곡에 은근한 사랑고백을 담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브람스가 교향곡 제1번 4악장의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한 호른의 테마에는 그가 사랑하는 클라라와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겨있다.
브람스는 언젠가 클라라의 영명축일에 보낸 엽서에 호른의 멜로디를 적어 보낸 일이 있는데,
그때 그는 이 멜로디와 함께 "산보다 높이, 골짜기 보다 깊이, 나는 당신에게 천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 라는 글귀를 곁들였다고 한다.
언뜻 보면 영명축일을 축하하는 평범한 축하메시지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엽서를 보내기 전 클라라와 약간의 말다툼을 했던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다.
브람스는 그의 교향곡 제1번에서 고통이 환희로 바뀌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클라라에게 보낸 화해의 멜로디를 집어넣어 그녀에 대한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브람스의 음악은 그의 꾸준한 사랑처럼 내면적 열정을 간직하고 있기에 귀에 쏙 들어오는 매혹적인 선율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신중하고 끈기 있는 그의 성품과도 같이 브람스의 음악은 꾸준한 반복청취와 인내심을 요한다고 클래식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갖추고 있는 브람스의 걸작품중의 걸작품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 음악에 버금가는 음악임에 틀림없다.
'아름다운 세상 더욱더 아름답게...!
감사합니다
'세상과 만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네모네 (0) | 2019.06.25 |
---|---|
숨어 있는 뇌경색 찾아 내는법 (0) | 2019.06.23 |
Charlie Chaplin's 3 Heart Touching Statements (0) | 2019.06.15 |
초대석; 홍지수가 말하는 정치적 금기어의 허구(PC) 1편 (0) | 2019.06.15 |
0시의 이별.,. (0) | 2019.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