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마크롱 효과.. 런던, 파리에 금융권력 내준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3000만달러 수퍼리치도 역전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런던사무소 임원으로 일하던 프란체스코 폰티는
이달 초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로 직장을 바꿨다. 동시에 근무지도 런던에서 파리로 옮겼다.
모건스탠리가 파리에 근무하는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폰티를 파리사무소 부사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염두에 둔 모건스탠리는 런던에서 근무 중인 기존 직원들도 파리로 옮길 것을 권유 중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미 연초부터 파리사무소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내년 3월 30일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2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런던과 파리의 위상이 뒤바뀌고 있다.
금융 중심지로 각광받으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던 런던이 파리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상징적으로 두 도시의 '수퍼 리치(超巨富)' 숫자가 처음으로 역전됐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웰스―X'가 이달 초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3000만달러(약 338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수퍼 리치가
파리에 3950명 사는 것으로 조사돼 3830명인 런던보다 많았다.
이 조사가 실시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수퍼 리치가 가장 많은 유럽 도시'가 런던에서 파리로 바뀐 것이다.
전년도만 해도 런던의 수퍼리치가 3630명으로 파리(3440명)보다 많았다.
런던에서 파리로 고급 인력과 부(富)의 이동이 이뤄지는 이유는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에서 EU로의 인력, 자본 등의 이동이 지금보다 제약이 많아지게 된다.
특히 브렉시트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향후 EU와 영국 간에 국경 검문 수위,
EU 내 영국인의 지위 등이 결정되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탈(脫)런던'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7월 블랙록은 파리에 유럽과 아시아의 대체투자(주식·채권 이외 투자)를 총괄하는 본부를 두기로 결정했다.
유럽의 금융 1번지를 자처하는 런던으로서는 굴욕이다.
씨티그룹 역시 160명인 파리사무소 인원을 25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JP모건 역시 런던 근무 인력을 줄이고 파리를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앞으로 파리가 유럽의 금융 중심지를 맡는다"고 큰소리친다.
브렉시트로 런던의 위상이 흔들리는 틈새를 비집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투자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파리의 위상이 높아지는 이유다.
블랙록이 파리에 대체투자 본부를 두기로 결정한 것은 마크롱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를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일대일 면담을 하며 공을 들인 결과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또 마크롱은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시절 만든 '부유세'를 올해 대폭 축소해 해외 큰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크롱이 영어와 프랑스어로 이중 언어 수업을 하는 학교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한 것도
런던의 고급 인력들이 파리행을 결심하는 유인 요소가 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의 에티엔 레페브르 편집장은
"파리가 '벨리댄스(배꼽 춤)'를 추며 런던 부자들을 유혹하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런던에서 파리로 옮겨오는 행렬은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렉시트 이후에는 프랑스가 EU에서 유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 금지조약(NPT)'이 인정하는 EU 유일의 핵 보유국이 된다.
따라서 대외적인 영향력에서도 파리의 위상이 한층 올라갈 것으로 유럽 외교가는 내다본다.
FT는 "런던이 금융 중심지로 오래 기반을 닦았고 영어권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어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브렉시트를 계기로 점점 위상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상과 만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자리엔진 멈춰섰다.. 실업자·청년실업률 외환위기후 최악 (0) | 2018.09.12 |
---|---|
한국 교회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카톡멜] (0) | 2018.09.12 |
"한국, 그리스·베네수엘라 파탄 돌아보라".. (0) | 2018.09.11 |
Tennessee Waltz - Connie Francis (0) | 2018.09.09 |
"소득주도 성장, 실증·이론근거 없는 曲學" (0) | 2018.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