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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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 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나의 침실로 [ ─寢室─ ]는 이상화(李相和)의 시로 1923년 《백조(白潮)》지에 발표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함께 이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시는 낭만주의적 수법으로 관능(官能)의 미(美)를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백조》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경향이기도 하였다.
분출하는 감정을 솟는 대로 내뿜은 듯한 이 시는 간결성이 모자라고 좀 사설이 많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결점을 그의 특유한 감성 분출의 매력으로 해소시키고 있다.
11연의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에서 보듯이,
불행한 현실을 버리고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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