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고.. '24시간 생체시계' 비밀 풀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노벨의학상에 美 과학자 3명
- 인체 '서카디언 리듬' 유전자 규명
밤엔 수면 유도 호르몬 나오고 아침엔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
사람도 식물처럼 태양 주기 영향.. 낮과 밤에 따라 세포활동 달라져
장거리 비행때 시차 적응 힘들어
현대인, 태양 주기와 다르게 살아 수면 장애·우울증 갈수록 늘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낮과 밤의 하루 주기에 따라 인체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밝혀낸 미국 의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생체 시계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몸의 변화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서카디언(circadian·24시간 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공로다. 장거리 비행 여행을 하면 왜 현지 시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차에 시달리는지 밝혀낸 연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셈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2일 이런 업적을 세운 미국 메인대의 제프리 C 홀(Hall·72), 브랜다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배시(Rosbash·73),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Young·68) 교수 등 미국 과학자 3명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로 사람이 태양 주기에 따라 어떤 식으로 잠들고, 언제 각성이 최고에 이르고, 생체 호르몬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수상 이유를 전했다.
◇인체 활동 조절하는 생체 시계
하루 태양 주기에 따라 사람에게는 일정 행동과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24시간 주기 생체 리듬이라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초파리 일종인 사과즙파리(fruit fly)를 갖고 하루의 생물학적 리듬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 분리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생체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고 생체 리듬 조절 유전자를 파악했다. 생체 시계 작동 원리를 분자생물학 차원에서 명료하게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낮과 밤에 따라 세포 활동이 다른 점을 파악했다. 유전자가 밤에는 생체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세포 내에 축적하고, 낮에는 분해해 쓰는 활동을 매일 반복시킨다. 세포는 정해진 하루 일정대로 돌아가는 기계와 같았고, 이런 세포가 모인 사람도 생체 시계 활동에 따른다. 장거리 비행 여행으로 시간이 바뀌면 현지 시각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본래의 생체 리듬대로 수면과 기상을 하는 이유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생체 리듬대로 살아야 건강
24시간 주기 리듬에 수면·혈압·체온 등 신진대사가 영향을 받는다. 이런 변화대로 살아가면 자연스러운 생리대로 지낼 수 있다. 야간 교대 근무처럼 일상 행동과 생체 리듬 간에 엇박자가 나면 수면 장애나 우울증,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생체 리듬에 따라 우리는 밤 0시에서 3시 사이에 깊은 수면에 빠진다. 새벽 5시쯤에는 체온이 가장 낮은 상태가 된다. 새벽 기상 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아침 6시쯤에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아침 시간에 하루 중 혈압이 가장 빠르게 오르고 불안정해진다. 심혈관 질환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오전 10시쯤에는 각성도가 고조된다. 이때 회의나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 좋다. 오후 6시쯤에는 체온이 가장 높아진다. 어둠이 짙어진 늦은 저녁 시간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자정쯤에 깊은 수면에 이르게 한다.
고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시간생물학 전공) 교수는 "현대인은 어두운 밤에 태양 주기 생체 리듬과 달리 너무 밝은 빛에 노출돼 지내기 때문에 수면 장애, 우울증 등이 늘고 있다"며 "아침에 일정 시각에 일어나서 햇볕을 많이 쬐는 활동을 하면 여기에 적응한 생체 시계가 알아서 하루를 자연스럽게 보내게 한다"고 말했다.
수면 관련 주기 엇박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 높인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노지훈 교수는 "하루 주기성 리듬 조절을 통해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약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적용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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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의 circa(“대략,” about)와 dies(“일주야,” days)에서 빌려온 circadian은 바로 “하루 정도(about a day)”를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우리 몸의 체내시계를 이루는 뇌의 부위를 밝혀내었는데, 이를 시각신경교차상액(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고 부른다.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의 서캐디안 리듬은 24시간 주기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따르면, 매 24시간이 지날 때마다 우리 몸은 새로이 갱신되고 보충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Charles Czeisler가 Brigham과 보스턴 여성병원의 서캐디안-수면장애 센터와 공동으로 행한 연구, 그리고 여타 다른 연구들에 의하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25시간 주기의 체내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Czeisler는 24시간 교대로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25시간 주기 리듬에 기초하여 최적화된 일정을 짤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교대가 낮에서 저녁 혹은 늦은 밤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각각의 교대는 몇 주에 걸쳐서 지속되고 일하는 사람들은 점차 늦은 시간에 자게 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토요일에 푹 오래도록 자는 것이 바로 신체의 25시간 주기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Czeisler는 25시간 주기설은 덜 다듬어진 주장이라고 말한다. (Science
일반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의 체내시계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 | 몸에 미치는 영향 |
위산 농도가 짙고, 호르몬 수위가 내려가며, 혈압, 맥박수, 체온이 떨어진다. | |
자정에서 아침 6시까지 | 체온이 가장 낮은 시간은 이 시간 동안에는 체온이 낮아지고 신장, 심장, 호흡기, 정신 기능이 떨어져 있으므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
아침 6시에서 정오까지 | 깨어났을 때에는 맥박수와 혈압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체온이 올라가고 혈액응고활동이 활발해진다. 단순암기와 같은 기계적 기억력이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
정오에서 저녁 6시까지 | 후각이 예민해진다. |
서캐디안 주기의 규칙성에 영향을 받아 농도가 짙어지거나 옅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호르몬이나 기타 체내 화학물질들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약물투여나 기타 다른 치료법들을 시간에 맞추어 시행하는 생체리듬치료(Chronotherapy) 분야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뉴욕 Albany 의학부의 William Hrushesky는 서캐디안 몇 가지 대표적인 질병이 가지고 있는 서캐디안 주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1994)
류머티즘성 관절염 : 아침에 증상이 가장 심함
비류머티즘성 관절염 : 저녁에 증상이 가장 심함
천식 : 이른 아침에 증상이 가장 심함 (
심장혈관질환 : 아침에 가장 위험함
여러 가지 암질환 : 최적의 치료시간이 분명한 주기성을 띰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길 바란다면 Hrushesky(1994)의 논의를 참고하라.
체내시계는 질병, 노화, 여행과 같이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교란될 수 있다. 체내시계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패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밝은 빛을 받는 경우 시계가 재조정될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빛을 이용하여 겨울철에 발생하는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한 사례가 있다. 이야기 19.5 참조) Czeisler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을 늦잠을 자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Sydney Harris는 그녀가 매일 여러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있고 저녁형 인간이 따로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녁형은 그저 채 자라지 못한 십대 청소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아침형(Morningness)”이라는 것이 실제 있어서,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아침형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일어나기 2시간 정도 전에 먼저 깨어나는 경향을 가진다고 한다. 스탠포드 대학과 위스콘신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아침형이 유전적으로 제어된다고 말한다. (Sleep, 1998년 10월) 실제로 그들은 아침형과 저녁형에 각각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특정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였다.
Robert와 Kyllonen(1999)은 인식능력에 대한 아침형의 관계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6주간의 기초 훈련을 받고 있던 미공군 지원자 4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들은 인식능력이 저녁형과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아침형과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Sternberg의 주장, 곧 (잠자는 시간의) 가변성은 지능과 연관이 있으며 불을 밝힌 저녁 시간에 적응한다는 사실이 그러한 가변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 또한 인용하고 있다. 곧, 흥미롭게도 저녁형으로 적응해나간 사람들 – 한마디로 수 천년 동안 내려왔던 저녁엔 일찍 자고 아침엔 일찍 일어난다는 습관에서 벗어난 사람들 – 은 진화론적으로 지능이 보다 발달된 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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