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상

이거 있으신지요?

여풍2 2017. 9. 29. 17:30




처음 만나 보는 귀한 배려이자 사랑.. 

 "이거 있으신지요?"


지난 일요일, 새벽부터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했다.
이모님이 맏사위를 맞는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나는 화사한 한복을 차려 입고
거울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하얀 고무신을 한 번 더 닦아 신고 집을 나섰다.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를 축복하러
가는 길인 데다 해가 뜰락말락 하는 이른 시간에
첫 기차를 탄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몹시 들떠 있었다.

차표를 사고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차창 밖 들녘에 아침 햇살이 일렁였다.
좋은 사람 옆에 없고 내 주머니 비록 가난해도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누군가 정중하게
"실례합니다" 하고 물어 오기에 돌아보니,
승무원 아저씨가 서 있었다. 차표를 검사하는 중이었다.

얼른 차표를 내밀었더니
아저씨는 내 쪽으로 몸을 쑥 낮추고
차표의 한 부분을 볼펜으로 동그라미 치며
"이거 있으신지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예,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저씨가 동그라미 친 부분은
바로 '장애인'이란 단어였다.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옆 사람이 들을까 봐,
그래서 내 마음이 다칠까 봐 몸을 한껏 낮추어서
'장애인'이란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으로
장애인증이 있느냐는 물음을 대신한 그 세심한 마음.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처음 만나 보는 정말 귀한 배려이자 사랑이었다.

아저씨는 알고 계실까요?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이렇게 오래도록 고마워하며
아저씨의 건강과 무사고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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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매기의 추억) - Ann Breen ♬

The violets were scenting the woods, Maggie
Their perfume was soft on the breeze
제비꽃 내음이 숲속에서 풍겨오고..
그 향기가 산들바람에 실려 부드럽게 다가왔어요. 매기여..

When I first said I loved onl y you, Maggie..
And you said you loved only me..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처음 고백했을 때, 매기..
당신도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