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행

오벌아머가우(Oberammergau) 마을 독일 바이에른주

여풍2 2021. 4. 30. 13:44

 

 

▶10년에 한 번 만나는 특별한 독일 여행 경험

    -오버아머가우 종교축제 by 마고캐런

 

여행 제목 : 독일에서의 특별한 공연 “ passion play in Oberammergau"

여행시기 : 2010년 9월 14일 공연 

 


 

 

독일을 알고 나서, 그리고 뮌헨을 주도로 하는 바이에른을 주로 여행 다니면서 알게 된 새로운 축제의 세계.

그것은 세계 3대 축제라는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도 아니고 유럽 최대의 위버제 레게 페스티벌도 아니다. 

축제라는 건 올해 못 보면 다음 해에 보면 되는 것이므로 굳이 이번에 꼭 봐야 한다는 목표감 같은 거 없이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사실 지금 못 보면 다음에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이 공연을 하는 축제행사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일 년 12달 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십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독일의 남부 알프스 마을 오버아머가우. 

뮌헨 중앙역에서 출발하면 기차를 갈아타고 가더라도 2시간이 걸리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도시보다는 전원마을에 끌리는 게 지친 여행자의 또 다른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이에른 주는 구석구석 소도시를 아무리

훑고 다녀도 지치지 않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여러 도시를 돌아도 돌아도 즐거운 나에게 독일의 남부 알프스 산자락에서 나는 뜻밖의 정보를 얻는다. 알프스 남부 쪽이라 그저 조용한 마을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기차역부터 너무 썰렁한, 카메라 셔트를 누르며 아무리 천천히 다녀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보는

이 작은 마을. 저녁이 되어도 야경이라곤찍을 게 없고 카페니 바니 하면서 여행자의 입과 몸을 즐겁게 할 놀거리랑 먹거리

조차 전혀 없는, 정말 여행자를 위한 배려(?)라고는 완전히 무시된 그런 마을이 있었으니 바로 그곳이 내가 처음 만난 ‘오버

아머가우’였다. 

 

 

내가 여기 왜 왔지?라는 자책의 시간이 조금은 오래 지속된 그래서 조용히 먼산이나 바라보며 한국에서 가져 간 오징어 안주

에 맥주병으로 나발을 불며 아머강가에 앉아 물장구를 치며 혼자 놀아야 했던 그곳, 그리고 그것이 이 도시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렇게 시작된 이 마을과의 인연은 의외로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을 소리 없이 준비하는 의미 있는 마을이었으니,

이름하여 패션 플레이(passion play).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극을 배경으로 장장 5시간에 걸친 대장정의 연극이 열리는 종교적인 대축제의 현장 그 자체였던 것이다. 

 

(*패션 플레이란? 1633년 유럽에서 30년 전쟁 중 흑사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당시 이곳 마을 사람들은 하느님께 마을을 지켜달라고 빌었고 만약 마을을 병으로부터 지켜주면 매년 하느님을 위한 성스러운 축제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실제 당시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의 공포 속에서도 이 마을은 사람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약속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연극으로 상연하기 시작하여 매년 10년에 한 번 연극을 상연하고 있으며 세계대전이 일어난 당시를 제외한 오늘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내가 투숙한 펜션의 민박집주인아저씨는 사진첩을 꺼내 들며 이제 막 체크인한 나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로 혼자 즐거워서 앨범을 꺼내 지나간 추억을 풀어놓는다. 

- 내가 7살이었을 때 우리 할아버지가 여기 예수 제자 역할을 했었지. 근데 벌써 우리 손자가 이 꼬마 역할을 하고 내가 또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참으로 패션 플레이는 이 마을의 영광이요 자랑이자 마을 사람들에게 온 가족의 우애를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 한마디로 세월은 흘러도 세대를 통합하는 중추 역할은 하는 셈이지. 내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이 공연과 함께 살고 같이 늙어 간다는 게 참으로 자랑스러워.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늙어서 이번 공연에서 비중 있는 역할은 못한다며,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대를 물려가며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하면서 사는 건 이 마을의 축복이요 행복이라며 깊게 파인 주름진 얼굴에 환환 미소를 지으며 낡은 앨범을 덮는다. 

 

 

 

Passion Play 2010

1634년 첫 공연 이후 이번 2010년 공연이 벌써 41회 공연이란다.

이 공연을 알기 전에 여러 번 이 마을을 방문하여 이미 익숙해진 마음이지만 그래도 막상 티켓을 들고 공연장을 찾으니 그 조용하던 마을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지금 이 도시는 축제의 도시답게 활기로 넘쳐나고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에 걸친 공연기간 동안 독일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몰려온 관람객 덕분에 예전처럼 마을 안에서의 숙박은 꿈도 못 꾸고 (축제기간에는 숙소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로 방 자체를 구하기가 힘듦) 뮌헨 시내에 방을 얻고 공연장까지만 왕복으로 운행하는 표를 사서 마을로 들어간다. 그렇게 조용하던 마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다니! 어쩌면 십 년을 조용히 살아도 활기찬 5개월을 위해 이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오전에 입장표를 배부받아 동네를 돌다가 안내방송을 듣고 입장을 하면 오후 2시부터 공연 시작. 

 

1막을 내리고 저녁식사를 위한 중간 휴식시간까지. 그리고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대공연. 무슨 공연이 하루씩이나 하는지!

독일어로만 진행되는 공연이라 대사를 통한 이해 전달은 부족하지만 웅장한 무대에 등장하는 천여 명의 남녀노소 다양한 출연진들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수준의 협연에 언어의 벽을 넘어선 감동이 전달된다. 

 

 

 

 

 

 

그렇게 길고 긴 대공연이 끝난 시간은 밤 11시. 질서 정연하게 빠져나가는 감동의 관람객 속에서 나도 필 받은 일인이 되어 뮌헨행 버스에 다시 오른다. 평소에는 볼거리조차 놀거리조차 없던 이 마을을 이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일이란 바로 이것 ‘패션 플레이’였다.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선 차량 속으로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렇게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수많은 인파를 보며 그동안 내가 사랑한 바이에른의 소도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마을이라면 나는 다시 머물 수 있고 또 다른 십 년을 기다릴 수 있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알프스의 이 작은 마을에 고개가 숙여지는 건 보이는 즐거움보다 보이지 않는 감동에 앞으로의 십 년이 더기대되기 때문이다. 알프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는 소리 없는 인내심을 배운다.[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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