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과 취미

첫 문장에 반하게 하는 글쓰기 노하우

여풍2 2020. 4. 28. 08:50

안녕하세요. 삼성이야기 에디터, Sam입니다.

생각한 것을 멋지게 글로 표현하고 싶지만,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겁부터 나신다고요?

14년 기자 경력의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최혜원 차장이 좋은 글 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동영상과 핵심만 콕콕 집은 글쓰기 팁으로 즐겁게 배워보세요~


▶삼성그룹 블로그에서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삼성인의 노하우를 담아 [삼성인의 깨알 팁 공유폴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알짜 정보를 삼성인의 깨알 팁 공유폴더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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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에 반하게 하는 글쓰기 노하우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최혜원 차장입니다. 저는 입사 전에 14년간 기자로 일했는데요.

이때 터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여러분께 전해드릴까 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1. 글쓰기의 기술: Do 편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직장 생활에서 필요한 제안서, 기획안, 보고서 등은 모두 글을 쓰는 작업을 통해 이뤄지는데요.

이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겠죠?

흉내만 내도 절반은 성공하는 ‘좋은 글 쓰는 법’ 네 가지를 알려 드릴게요.

1) 가장 재미있는 것을 먼저 써라

모든 글은 첫 번째 문장 혹은 첫 단락이 강렬해야 읽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시작이 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는 내용을 맨 앞에 쓰세요.

흥미를 유발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첫 문장을 잘 선택한다면 글을 쓰는 것이 수월할 거예요.


낙타 주머니다.

소설가 윤대녕(45) 씨의 일산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오른쪽 벽에 얌전히 걸려 있는 동그란 가방에 시선이 머물렀다.

검정 벨벳 위에 파란색 안장을 얹은 낙타와 목동이 수놓아진, 긴 끈이 매달린 작은 크로스백이었다.

최근 그가 펴낸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에는 바로 이 낙타 주머니를 매개로 만나고 헤어진 벗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아주 잠깐, 가벼운 현기증으로 눈앞이 하얘졌다.
혹 나는 지금 그의 작업실이 아니라 그의 소설 속으로 들어온 게 아닐까? <후략>


신간 ‘제비를 기르다’ 낸 윤대녕의 소설 세계
주간조선 1943호 (2007년 2월 19일 자)


▶ 기자 시절, 소설가 윤대녕을 취재하고 쓴 인터뷰 기사


기자 시절, 저는 종종 선배들에게 취재한 것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것을 앞에 쓰라는 충고를 들었는데요.

소설가 윤대녕 선생님을 취재하고 쓴 기사의 맨 앞에, 소설 속의 모티프가 되었던 낙타 주머니 이야기를 배치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답니다.

2) 스토리는 힘이 세다! 글감을 적절하게 구성하라

기사를 포함한 모든 글에 적용되는 전제는 ‘기사는 기록과 동의어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수첩에 적어 놓은 글을 문장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글이 되지는 않는데요.

스토리는 힘이 세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글감을 적절하게 구성해서 재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하세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전체의 완성도를 고려해 내용을 배치하고 내용별로 적절한 문장을 넣은 뒤,

단어, 조사, 어미 등을 교정하는 것이 좋아요


날씨가 잔뜩 찌푸린 지난 3월 10일, ‘충남 공주 10남매집’을 찾아 나섰다.

2시간 30분쯤 달렸을까, 국도를 벗어난 승용차는 여러 갈래로 나뉜 좁은 길 입구에 멈춰 섰다.

‘이쯤인 것 같은데…’ 방향 감각을 잃고 난감해하고 있는데 구부정한 자세로 버스를 기다리는 한 노파가 눈에 들어왔다.

“저, 할머니. 이 근처 10남매집이 있다던데 혹시 어딘지 아세요?”
“그럼, 알다마다. 이 동네서 그 집 모르는 사람 있나. 거기 가슈? 그럼 차 좀 얻어 탑시다. 내 알려 드릴게.”


 1976년 8월 15일 오후 1시. 서른네 살 노총각 강철주 씨가 공주 시내 들국화 다방에 들어섰다.

알고 지내던 어르신 소개로 성사된 맞선 자리였다. 상대는 11세 연하의 공주사범대학 졸업반 최경 씨.

맞선을 주선한 이는 최경 씨의 큰아버지였다. 서울의 한 작은 회사에서 경리과장으로 있던 강철주 씨는

차가 막혀 한 시간이나 지각했으면서도 더없이 당당했다. 최씨와 마주앉은 자리에서도 강씨는 큰소리쳤다.

“댁과 내가 잘 되면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이고, 잘 안 되면 남남이 되는 거요.

나는 나이 서른넷에, 남들 배우는 만큼 배웠고 일흔 넘은 노부모를 모시고 삽니다. 나머지는 보는 그대로요.” <후략>

[10남매 아버지의 첫 청첩장]
공주의 소문난 10남매집 잔치 잔치 열렸네
주간조선 1947호 (2007년 3월 26일 자)


윗글은 충남 공주에 사는 10남매네 가족의 결혼식을 취재하고 쓴 기사예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당시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답니다.


3) 조사하고, 또 조사하라

취재란 단순히 기사를 쓰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글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동아리 활동, 공모전 기록들을 찾아보는 활동도 취재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과제용 보고서를 쓸 때도 선행연구, 신문기사, 설문조사 결과 등이 튼실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데요.

정보, 즉 글감이 많을수록 좋은 글이 됩니다. 조사하고 또 조사하세요.

4) 진심을 담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라

글이 서툴다고요? 가장 좋은 글이란 진정성이 있는 글입니다.

글 안에 여러분의 진정성을 담아주세요. 글 속 메시지에 울림이 있다면,

표현방식이 아무리 투박해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답니다.

2. 글쓰기의 기술: Don’t 편

1)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지 마라

제가 후배 기자들을 교육할 때마다 주의시켰던 점이 바로 ‘했던 말을 또 하지 마라’는 것이었어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볼까요?


<수정 전>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 수석이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프린터는 다른 부서와의 융합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프린터의 화질이라는 것은 한 부서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융합된 ‘종합예술’인 것이지요.

잘 생각을 해보면 프린터에는 토너를 잘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 프린터에 토너가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프린터를 일정한 속도로 잘 구현하는 것 등 굉장히 복합적이고 융합적 분야인데요.


<수정 후>
‘프린터 산업이야말로 부서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게 ◯◯◯ 수석의 지론입니다.

같은 이유로 그는 프린터에서 최고의 화질을 찾아내는 작업을 ‘종합예술’이라고 지칭합니다.

실제로 프린터만큼 융합 능력이 필수인 기기도 많지 않습니다.

토너 품질이 우수해야 하는 건 물론, 잉크가 용지에 잘 달라붙어야 하고 인쇄 속도 또한 동일하게 유지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왼쪽의 글은 ‘융합’, ‘종합’, ‘복합’ 등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계속 반복되고 있죠?

그래서 같은 의미의 단어 반복을 줄이고, 문장 형식도 다채롭게 수정했습니다. 마지막 문장도 쉽게 고쳐 썼고요.

더 간결해졌죠? 꼭 있어야 할 것만 남기고, 군더더기는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 잊지 마세요.

2) 영어, 한자를 남용하지 마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사전에도 없는 영어 표현을 자주 쓰는 예가 많은데요.

구어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글을 쓸 때는 되도록 쉬운 한글 표현을 써 보세요.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도 고쳐 보시고요. 한글 표현은 정갈하고 담백한 느낌을 준답니다.


제작(製作)하다 → 만들다
무관(無關)하다 → 관계없다
가가호호(家家戶戶) → 집집마다
하여간(何如間) → 어쨌든


3) 주술관계를 맞춰라

사실, 주술관계가 맞지 않아도 글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글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잘 생각을 해보면 프린터에는 토너를 잘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 프린터에 토너가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프린터를 일정한 속도로 잘 구현하는 것 등 굉장히 복합적이고 융합적 분야인데요.


윗글의 주어와 서술어를 찾아볼까요? ‘프린터에는+분야인데요’라는 주술관계가 어색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문장은 ‘프린팅 기술은+분야인데요’로 수정하면 좋겠네요. 어때요? 훨씬 완성도 높은 문장이 되었죠?

4) 내 글에 만족하지 마라

의외로 많은 분이 퇴고 과정을 빼먹는데요.

글을 쓰고 여러 번 다듬을수록 글의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이번 촬영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부분은 무엇보다도 광고의 성공적인 제작입니다.

결국 저희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매력적으로 소구할 지와

제품의 BENEFIT인 ‘OOO’(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명확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둘 다 충족한 것 같습니다.


위의 글을 고쳐 써 볼까요?

‘BENEFIT’는 불필요한 영어 사용이니까 ‘특장점’이라고 고치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조사를 넣어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로 고쳐주면 되겠네요.

그리고 ‘다행이’는 ‘다행히’의 오타이니 이것도 수정해줍니다.

수정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실수를 발견할 수 없었겠죠?  글을 쓴 뒤, 꼭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세요.

우리가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정답: 1. 가족이에요
해설: 앞 음절이 받침 있는 명사라면 ‘~이에요’가 맞고요. 받침이 없는 명사라면 ‘예요’를 사용합니다.

그 외에 ‘이에요’의 경우 줄임말(축약형)이 ‘예요’인 것은 맞지만,

용언(동사, 형용사) 뒤에는 ‘~에요’를,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는 ‘~이에요’ 또는 ‘~예요’를 사용합니다.


▶ 깨알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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