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 언론에 조롱당한 벌판 속 국민연금
2018.09.14.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넘게 공석인 이유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불리함 때문이라는 기사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렸다.
신문은 세계 3위 규모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은
'돼지 분뇨 냄새'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삽화까지 그려 넣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에서 올 들어 155건의 악취 관련 민원이 신고됐다는 것이다.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분뇨 냄새'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엉뚱한 위치에 대한 지적이다.
세계 10대 연기금이 모두 수도나 금융 허브에 있지만 유일하게
한국 국민연금공단은 서울에서 약 200㎞ 떨어진 벌판에 서 있다.
전주 시내까지 차로 30분 걸리고, 버스를 보기 힘들 만큼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인근 상가들은 비어 있는 곳이 많고 공터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 글로벌 차원에서 635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있다는 것이 외국 언론 눈에도 황당하게 보였을 것이다.
작년 초 기금운용본부가 이곳으로 옮기면서 핵심 인력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본부장은 물론이고 본부장 아래 실장급이 줄줄이 나가면서 고위직 8곳 중 3곳이 공석이다.
278명 정원이지만 현재 근무 인력은 246명으로 정원도 못 채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다른 조직은 지역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만은 금융 중심지에 있어야 한다.
운용본부는 인력이 200여 명에 불과해 지역 발전과는 사실상 상관이 없다.
그런데 '몇 백조원을 굴린다'는 얘기가 퍼지자 '알짜배기다' '무조건 끌고 와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
결국 지역 정치인들이 예외 없는 이전을 밀어붙이고 대통령 후보가 공약까지 했다.
기금운용본부 200여 명이 전주로 가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이 있나.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은 0.9%에 그쳐 정기예금 금리만도 못했고 국내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 5.3%에 달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른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에서 우수 인력이 이탈하고 국익에 해가 돼도 지역에서 표만 얻으면 그만인가.
[사설]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사업하러 가겠나
2018.09.14.
그런데 북한은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재산이 몰수당할지 모를 나라다.
직원이 인질로 잡힐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내할 만한 시장(市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700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추정 북한의 지난해 국가 GDP는 30조원이다. 4대 그룹 국내 매출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 커질 잠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21세기에 '위대한 영도자'를 외치는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지금 북한 경제에 필요하고 수용 가능한 것은 임가공 산업이다.
싼 노동력을 이용해 만든 저가 소비재를 수출해 외화를 벌고 이 밑천으로 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
우리를 포함해 모든 나라가 이 과정을 거쳤다.
이런 상황인데 세계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무엇 하러 북한에 가겠나.
더구나 지금 북한은 엄격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은 북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철퇴를 가한다.
기업들은 북한 주변을 얼씬거리지도 않으려 한다.
그래서 재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수행단만큼은 경제 단체장과 공기업 대표 중심으로 꾸려지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4대 그룹 총수들에게 다 따라올 것을 요구했다.
지금 이 총수들에게 '왜 가느냐'고 물으면 '북한 투자가 유망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정권은 전임 대통령의 요구로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 '뇌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자신들은 기업을 향해 아무런 사업 실익이 없고 자칫 대북 제재망에 걸릴 수도 있는 남북 경협사업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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