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 花
- 이형기 詩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
1.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작품 설명
[낙화를 바라보는 화자의 애상감]
이형기의 ‘낙화’는 이별을 역설적으로 인식하면서 성숙함을 위한 결별의 의식으로 승화시킨 시로,
꽃의 떨어짐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지훈의 ‘낙화’와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형기의 ‘낙화’가 꽃이 지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사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조지훈의 ‘낙화’에서는 삶의 무상함과 비애, 절망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핵심 정리
낙화(조지훈) | 낙화(이형기) |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낭만적, 묘사적, 애상적 | 비유적, 성찰적 |
제재 | 낙화 | 낙화 |
주제 | 낙화에서 느끼는 삶의 비애 | 이별을 통한 영혼의 성숙 |
특징 | 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면서 시상이 전개됨. ② 모든 연이 2행으로 구성되어 절제된 느낌을 줌. | ① 자연 현상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함. |
3.낙화(조지훈)와 낙화(이형기)의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세상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가는 화자가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꽃이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대자연의 섭리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동틀 무렵, 별이 하나 둘 사라지고 귀촉도의 서러운 울음소리도 사라진 후에,
화자는 미닫이창에 은은히 붉게 비치는 꽃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꽃이 떨어지면서 드러내는 은은한 붉은빛은,
세상을 피해 꽃과 함께 살아가는 화자의 서글픔이 담겨 있는 빛깔이라고 할 수 있다.
낙화를 본 화자는 자신의 내면 상태로 시선을 돌린다.
세상을 피해 은둔자적 삶을 살아가는 화자는 꽃이 지는 광경을 통해 삶의 무상감과 절망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상을 마무리한다.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인간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꽃이 지는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이 끝났을 때 미련 없이 떠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꽃이 진다는 것은 상실이나 허무가 아니라 더 큰 성숙이나 만남을 위한 과정을 의미한다.
꽃이 져야만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이별을 겪고 나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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