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상

소요산 자재암

여풍2 2018. 1. 6. 13:12



동두천에 소재한 소요산은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면 수많은 등산객들로 넘쳐난다.

색깔 곱던 단풍의 계절이 지나간 지금 소요산의 겨울풍경은 어떨지?

아니 산이라기보다는 이 산에 위치한 자재암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소요산을 찾아 나선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포장도로 위로

등산객이라기보다는 운동을 나선 듯 가벼운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자재암으로 올라가는 노정 곳곳에서 원효대사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원효폭포, 원효굴, 원효샘, 원효대 등. 그렇듯 자재암은 신라 무열왕 1(654) 원효대사가 창건한 암자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복구된 바 있고 6.25 때도 다시 소실되었는데

이후 꾸준한 중창으로 오늘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원효는 신라 무열왕의 딸인 요석공주와 세속의 인연을 맺은 후

수행에 전념하고자 아름다운 이곳에 초막을 지었다.

수행에 정진하던 어느 날 관세음보살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하여 그를 유혹하였다.

설법으로 유혹을 물리친 원효는 그 여인이 관세음보살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에 원효는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는 뜻에서 암자를 짓고 이를 자재암(自在庵)이라고 했다 한다.

한편 원효를 사랑한 요석공주는 원효와의 사랑으로 낳은 아들 설총을 데리고 그를 찾아 이곳 소요산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소요산 입구에 별궁을 짓고 머물면서 원효가 수도하고 있는 원효대를 향해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올렸다 한다.

소요산 입구에 있는 요석공주별궁지와 요석공원, 남편을 사모하면서 바라보았다고 전하여지는 공주봉(526m) 등에서

원효를 향한 요석공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진다.


108계단을 거쳐 다시 경사진 계단을 오르니

깎여진 절벽 옆으로 자재암이 살포시 눈에 들어온다.

단아한 크기의 대웅전을 비롯한 몇 채의 건물이 줄을 지어 앞산을 바라보고 있다.

단풍을 모두 떨어낸 나뭇가지들이 소박한 산채의 정경과 어우러져 소요산 겨울 산사의 서정을 풍겨낸다.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7.12.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