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방황
우편배달된 詩 한 토막 [回想]
여풍2
2021. 4. 22. 21:45
우편배달된 詩 한 토막
13.04.15 旅 風
그 꽃 / 고 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어느 날, 복지회관 서예반 옆짝(7호선 2번 출구)이 솜씨 좋게 그린 예쁜 매화꽃 그림 옆에
붓글씨로 詩를 써서 편지봉투에 넣어 집으로 보내 왔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일을 접하고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난데 없이 겪게 된 이 갑작스런 돌발이
왠지 싫지 않고 좋게만 느껴져 왔다.
하얗게 고운 화선지 한 구석,
검갈색 가지가 뻗어나와
진분홍빛 탐스런 매화를 피어 내고
바로 그 옆 자리에,
밤새 내린 눈처럼 살포시 앉아 있는,
詩語들의 은밀한 아름다움.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며 사는 게 이렇게도 순식간에 유쾌해 질 수 있음을 제대로 실감하면서
잔잔한 감동에 빠져 들어 몸 전체가 떨리어 왔다.
별다르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냥 가다 오다 스쳐 지나가는 日常의 他人으로만 여겨 왔던 복지회관
그 옆짝이 어떻게 이런 놀라운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리고 또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별로 친할 것도 없이 고작 일주일에 한번 붓글씨 시간에 만날 뿐,
달리 볼 일도 별로 없는 복지회관 옆짝에게,
우편배달된 편지봉투 하나로 이렇게도 진한 삶의 감동을 전하여 줄 수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