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팡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쇼팡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쇼팡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은 조국이 러시아에 점령된 비통함을 묘사했다는
제3악장의 <장송 행진곡>으로 유명한데,
이 장송 행진곡은 쇼팡 자신의 장례식 때도 관현악으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단순하면서도 육중한 행진곡풍 리듬이 대단히 인상적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이 장송 행진곡을 들을 때마다 앞, 뒤로 배치된 장중한 행진곡보다
가운데 부분의 그 애잔하고 감성적인 선율에 더 귀를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쇼팡이 창조한 그 모든 주옥같은 선율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아닌가
들을 때마다 생각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제3악장이 어느 망자를 저승으로 떠나보내는 곡이라 간주할 때,
이 가운데 부분은 망자가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을 마지막으로 애틋하게
주마등처럼 되돌아보는 순간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릴 적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던 포근함(현실에서는 기억이 날 수 없는 장면이겠지만),
동무들과 고추잠자리 잡으러 뛰어다니던 초가을의 들녘,
등굣길마다 마주치던 그 아리따운 여학생,
어느 산골 계곡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느꼈던 경이,
시원한 고향집 나무마루에서 할머니가 손으로 직접 밀어 만들어주시던 칼국수 등등에서 시작해
세월이 가면서 마주치게 되었던 사랑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불운과 죽음,
나라의 격변,
없는 돈에도 틈틈이 가졌던 먼 여행에 대한 추억들,
생계활동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여러 애환들,
부모와의 이별,
그리고 찾아온 병마,
엄청 재미있었던 것 같진 않으면서도 막상 이승을 떠나려니 생기는 온갖 미련,
평생 지녔던 그 심신의 짐들을 저승의 문턱에서야 가까스로 내려놓으며 느끼는 후련함...
이렇듯, 들을 때마다 짧은 몇 소절에 인생 전체를 파노라마처럼 조망케 되는
쇼팡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제3악장은
가히 ‘내 마음의 노래’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쇼팡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피아노 독주...
쇼팡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오케스트라 편곡 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