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과 고향, 그 쓸쓸함에 대하여 / 김택근 시인·작가 추석이 돌아온다. 나라 안팎의 소식들이 암울해도, 태풍이 올라와도 달은 차오른다. 고운 옷 입고 등 굽은 고향을 찾아가는 풍경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벌초를 하고 멀끔해진 무덤 앞에서 절을 올리면 불효를 용서받은 느낌이 들었다. 가을볕은 또 얼마나 인자한가. 고향에서 햇살을 들이켜면 추억마저 살이 올랐다. 종일 새를 쫓다 지친 허수아비가 잠이 들면 노을이 시나브로 내려와 춤을 추었다. 고요하게 출렁이는 들녘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추석이 풍요롭기에 그 넉넉함이 더 서러운 이들이 있었다. 슬픈 사람은 더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로웠다. 삶이 곤궁하면 밤늦게 마을에 들었다가 새벽녘에 떠났다. 아예 마을에 들르지 않고 성묘만을 하고 떠난 사람..